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 등 4개 회사의 계열사 출자분이 삼성그룹 소속 전 계열사 내부 출자분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건희 회장 일가족은 에버랜드 지분 55.44% 등 이들 4개 회사의 지분을 집중 보유하는 방식으로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SK그룹은 내부지분율(그룹 전체 지분 중 총수와 계열사 등이 갖고 있는 지분 비중)은 48.09%이지만 총수 일가의 지분이 3.91%에 불과해 외부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한 구조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사실은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가 이끄는 참여연대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인하대 공동연구팀이 최근 작성한 '한국재벌의 소유구조:1997∼2002' 보고서를 통해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각 계열사들의 사업ㆍ감사보고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 및 국정감사 자료 등을 기초로 작성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교적 상세하게 파악된 자료"라며 "이미 49개 대기업집단의 소유ㆍ지배구조를 3ㆍ4분기중 알기 쉽게 공개키로 한 만큼 민ㆍ관 태스크포스를 통해 공개를 앞당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 핵심 지주회사이면서도 비공개회사로 지분현황 파악이 어려웠던 삼성생명은 이 회장(4.53%), 이종기 전 삼성생명 회장 등 기타 특수관계인(4.53%), 삼성문화재단(4.68%), 에버랜드(19.34%), 삼성전기(0.6%), 삼성SDS(0.35%) 등이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회장과 일가는 삼성전자(3.38%), 삼성생명(9.21%), 삼성물산(1.38%), 에버랜드(55.44%) 등의 지분을 통해 그룹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4개 회사의 내부 지분율은 17.77%로 전체 내부지분율(22.64%)의 78%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19.3%)을 갖고 다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7.0%)에, 삼성전자가 삼성SDI(20.0%)에, 삼성SDI가 다시 에버랜드(4.0%)에 출자하는 방식의 순환출자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4.09%)와 INI스틸(7.16%), 현대모비스(8.5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들 회사가 다시 계열사들에 분산 출자, 정 회장이 25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97년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4.57%에서 2.01%로 떨어져 다른 그룹에 비해 소유ㆍ지배권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LG그룹은 자본 총계가 97년 9조9천억원에서 2001년 23조원으로 급증했으나 총수일가 지분도 5.89%에서 13%대로 증가했다"며 총수일가로의 지분집중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