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농협 등 시중은행과 기금들이 투신사를 상대로 고금리를 받기 위해 '금리입찰'식 자금운용을 하고 있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투신사로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에 응하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성행하는 금리입찰=지난 3월 중순 SK글로벌 및 카드채 위기 사태 이후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10조원 이상을 인출해갔던 시중은행 등이 최근 MMF에 돈을 다시 맡기면서 최소한 콜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한 투신사 임원은 "대형 금융회사뿐 아니라 정부 산하 기금들도 투신사로부터 제시 금리를 받은 뒤 가장 높게 써내는 회사에 돈을 맡기는 방식으로 금리 입찰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투신사의 약점을 이용해 고금리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신사 마케팅팀 관계자들은 "수수료를 깎아서라도 다른 회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투신사 부실요인=단기 여유자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는 은행권은 투신사의 '국공채 MMF'에 돈을 맡기면서 콜금리(은행간 기준 연 3.9%) 이상의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 투신사들이 개인들에겐 연 3.95%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는 데 반해 법인자금에는 통상 연 4.05%를 약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연 4.1∼4.2%까지 강요하고 있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국고채 통안채 위주로 운용하는 MMF에서 4.1% 이상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선 운용보수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신권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투신사들은 MMF에 만기가 긴 고금리 회사채를 편입하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한 투신사 사장은 "무리한 고금리를 맞추려다 보면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또 다른 부실을 낳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투신사와 카드사간에 분쟁이 되고 있는 카드사 옵션CP(이면계약을 통해 만기연장이 되는 기업어음)도 기관자금 유치를 위한 고금리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