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철이다. "농사는 때가 있고 기다림이 있다. 자연의 위력을 깨닫고 겸손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장안의 한 고수가 "농사는 모름지기 인간사와 자연사를 합쳐놓은 것"이라며 들려줬던 얘기가 떠오른다. 상장·코스닥기업의 1·4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불황의 실체가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덩치 큰 대기업 그룹사와 금융사가 먼저 불황의 파편을 맞았다. 예측했던 일이다. 그러나 불황속에서도 속살을 채워가면서 남 몰래 웃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졌던 기업이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보이지 않을 때가 중요한 법.농부들은 가끔 할 일이 없을 때가 생긴단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자들도 이럴 때가 생긴다. 이럴 때 실망하지 않는 게 고수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