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약세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평균 2% 정도 하락했다. 주목되는 것은 존 스노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경제각료들이 그동안 강한 달러 정책을 추진해 온 공화당의 전통을 깨고 달러약세를 용인할 뜻을 비추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경기가 어려운 유럽과 일본도 미국에 맞서 각각 유로약세,엔약세로 대항할 움직임이어서 세계통화전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 이후 내년 대선을 겨냥해 모든 정책을 경기회복에 맞추고 있다. 반면 금리정책은 금리수준이 이미 경제여건에 비해 낮고 효과도 종전만 못하기 때문에 올 들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실제로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달러약세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부시 행정부는 경기회복이 우선적인 과제이면서 경상수지적자가 최대 현안이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다면 경제주체 가운데 기업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달러약세는 이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달러약세 정책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특정국가가 자국의 통화가치 약세를 유도해 경기회복을 모색할 경우 인접국이나 경쟁국에 반드시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보통 이런 정책을 '근린 궁핍화 정책(近隣 窮乏化 政策)'이라 해서 국제적으로 금기(禁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자국의 경기회복을 위해 달러약세를 유도한다는 것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력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은 달러약세에 따른 경쟁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세계통화전쟁이 일어나면서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세계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통화전쟁이 일부 우려대로 과연 일어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달러약세를 선택할 경우 분명히 경기회복과 경상수지적자 축소,기업실적 개선 등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 반면 달러약세는 증시에서 자본이탈을 초래해 미국 경기를 더욱 침체시킬 가능성이 높다(역자산 효과:자본이탈→주가하락→자산소득 감소→민간소비 위축→추가 경기침체).대외적으로도 다른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 미국이 국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세계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현 시점에서 다음달에 있을 G8 회담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회담을 통해 선진국들이 점점 고조되는 통화전쟁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경기회복을 위해 공조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앞날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G8 회담에서 선진국들이 어떤 방안을 내놓든 우리로서는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 추세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당국은 시장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환율 움직임이 너무 급변하지 않도록 노력(smoothing operation)해야 한다. 기업들도 원화 강세에 견딜 수 있는 체질과 환위험 관리체제를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종전처럼 원화 강세가 되면 외환당국에 원화 약세를 요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