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일 현행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은 미국 경제가 지난 3월 금리 유지 결정 이후 크게악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그러나 FRB가 경제회복의 속도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한 것은 다음달 24-25일로예정된 다음 회의까지 경제가 회복세에 올라서지 못할 경우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지난주 이라크전 이후의 경제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운낙관론을 편 바 있다. 그는 경제가 "주목할만하게 더 나은 속도로 팽창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경제회복의 시기와 정도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이라크전을 둘러싼 지정학적불확실성에서 벗어나면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미국 경제는 아직 빠른 회복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 신뢰만이 지난 4월에 약간 반등했을 뿐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와 고용을늘리지 않고 있다. 이것은 기업들이 아직도 경제회복의 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FRB는 "지정학적 긴장의 퇴조는 유가를 다시 제자리로 내려놓았고 소비자 신뢰를 높였으며 채권 및 증권가격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FRB는 높아지는 실업률과 제조업의 약세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92년 아버지 부시가 걸프전에서 승리하고도재선에 실패한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의회가 자신의 대규모 감세안을 승인해경제성장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대규모 감세가 초래할 연방 재정적자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 실업률은 기업들이 3개월 연속 인력을 줄임에 따라 지난 4월 6%로 급등해 지난 3개월 사이에 무려 15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상태다. 이같은 실업률 증가는 불경기 때에 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실업률 증가는 또 미국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힘인 소비를 둔화시키는 주 요인이 된다. 결국 ▲ 기업의 투자 및 고용 부진 ▲ 감세로 인한 연방 재정적자 ▲ 실업률 증가 ▲ 소비 침체 등이 미국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요가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상당히 늘릴 만큼 충분히 증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기업들로서는 새 노동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지며 노동시장은 당분간 계속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회복에 긍정적인 요인들도 만만치 않다. 경제전망을 흐리게 하던 이라크전이 끝난 지금 ▲ 유가와 금리가 모두 낮은 상태이고 ▲ 올해안에 감세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며 ▲ 주가는 높아지고 ▲ 달러가치는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늦어도 올해안에 경제에 자극을 줄만한 조건은 충분한 것으로보인다. 다만 이같은 조건들이 과연 경제회복에 충분한 수요 증가를 만들어내느냐가 문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이미 저금리를 이용해 너무 많은 자금을 빌렸기 때문에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통화공급을 늘리기 보다는 다른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CBS방송에 따르면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의 스튜어트 호프먼은 "우리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경제회복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지난 6개월 동안 경제는 테러,이라크, 유가 인상 등 많은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쨌든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의 위험이 지나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