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외국인 매물공세 여파로 비틀거리고 있다. 4일째 "팔자"에 나선 외국인투자자는 24일 1천2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갈수록 외국인 매도규모는 커지는 양상이다.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파는 이유는 뭘까.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중후군)영향 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국내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실망매물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외국인 왜 파나=모건스탠리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제 주식투자 자금이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는 데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이머징마켓인 아시아시장은 사스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JP모건 CSFB 등은 이날 사스 여파를 이유로 중국의 2·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7.4%에서 6.4%로 내렸다. 아시아시장에 대한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스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대만은 이날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가 4%나 급락했다. 국내 기업의 실적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것도 외국인이 매물을 내놓은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2·4분기까지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핵문제도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전망=마이클 진 UBS워버그증권 대표는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쟁 이후 북핵문제가 이슈로 급부상하고 카드채 위기로 금융시장이 마비상태에 빠졌던 지난 3월 말과 4월 초가 외국인 매물의 피크였다는 것이다. 진 대표는 "북핵문제는 다자간 회담을 계기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자금시장도 중대고비를 넘겼다"며 "최근 외국인 매물은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 및 경계매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실적기반이 탄탄한 종목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를 '셀 코리아'로 단정짓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