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사스(SARS) 영향권에 들어섰다. 사스가 중국내에서 확산되는 데다 국내에서도 사스 의심환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사스의 장기화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관련 사업에 승부를 걸어온 기업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사스 확산 조짐은 한국증시에도 만만치 않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은 특히 대부분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라는 점이 우려를 자아낸다. 종합주가지수 620선까지 단기급등한 후 570∼580까지는 자연스런 조정으로 간주했던 기관투자가들도 사스로 인해 주가 조정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스관련 테마주 양산 24일 증시에선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제약업종만이 2.99% 올랐다. 제약업종 내 거의 모든 종목이 상승했다. 사스 치료와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려제약 일성신약 등은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코스닥시장의 들썩임은 더욱 두드러졌다. 공기청정기나 세척제를 생산하는 솔고바이오와 파루 등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사스로 인해 사람들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홈쇼핑 인터넷포털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릴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이날 주가가 9% 넘게 추락한 플레너스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영화관 같은 공공장소를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증권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치관련주 택배관련주 등 사스관련 테마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과 관련, "기업 펀더멘털과는 관계없는 막연한 투기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장에서 테마주로 지목됐던 LG홈쇼핑 등 홈쇼핑업체와 최근 급등한 인터넷업체의 주가는 이날 떨어졌다. ◆위축되는 대형주 투자심리 전문가들은 사스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기업의 펀더멘털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전체적인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사스가 조기에 진정되지 못할 경우 항공·숙박업 등 직접 관련있는 부문은 물론 경제 전반으로 그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며 "중국관련 비즈니스에 역점을 둬 온 대기업들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 조정폭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POSCO와 LG화학 등 중국시장 동향과 밀접한 종목의 주가하락률이 4∼5%대에 달한 것도 이같은 관측과 무관치 않다. 메리츠증권 신윤식 연구원은 "POSCO 주가의 급락은 1·4분기 중 전 세계 조강생산이 급증하면서 철강가격의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중국 유통업계에 철강 재고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데다 사스로 인해 중국내 수요 부진 가능성까지 제기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씨티글로벌마켓(CGM)증권 관계자는 "현지법인을 제외한 LG화학의 중국 매출은 연 10억달러로 전체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등 중국 비즈니스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