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21일 소폭 밀렸다. "재상승을 위한 조정"이라는 시각과 상승세가 꺾였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물론 시장을 짓누르던 북핵문제 등 악재는 해소과정에 있다. 그러나 새로운 상승에너지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시장의 관심이 외국인과 프로그램매수에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주 외국인은 주간단위로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8주만이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은 적극적인 매매를 하지않고 시장을 탐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프로그램매수는 필연적으로 잠재매물을 동반한다. 1조원이 넘는 선물매수차익잔고는 외국인이 매물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선물의 상승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지수가 당장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외국인과 선물이 장단을 맞춰 시장을 끌고 나갈지가 최대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고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오현석 과장은 말했다. ◆주가가 박스권 상단에 왔나 종합주가지수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올랐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고 카드채 등의 불안이 진정된데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악화 등 펀더멘털 부문은 여전히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외악재가 해소되면서 오를 수 있는 상한선에 도달했다"는 게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실적악화로 주도주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다 은행주도 부정적 시각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게 추가 상승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주목되는 외국인 행보 외국인은 지난주 순매수로 돌아섰다. 달러화기준으로 1천2백만달러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중 대만시장에선 무려 4억1천7백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대만시장에 비하면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선물시장에서도 하루에 수천계약씩 순매수해 지난 주말까지 누적 순매수가 2만3천계약에 달했다. 그러나 21일 분위기는 달랐다. 이날 오전 8천계약에 달했던 외국인의 순매도규모는 4천계약으로 줄었다가 장 막판 6천4백계약으로 다시 늘었다. 일부 투기세력이 단타매매를 한다고 해도 대량의 물량이 들쭉날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향후 주가움직임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계속 들고 갈지 아니면 차익을 실현해야 할지 고민하는 외국인이 많다는 얘기다. 현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이날 2백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았다. 삼성증권 오 과장은 "그동안 지수가 급등해 부담을 느끼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외국인은 한번 방향을 정하면 일정하게 밀고 가는 성향이 있어 아직 매도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매수차익잔고의 영향은 프로그램매수차익 잔고는 1조원을 넘었다. 사상최대규모였던 1조4천억원을 뚫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매수차익잔고는 잠재매물이라는 점에서 규모가 커질수록 부담도 늘어난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거래량이 증가하는 점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물량"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매도로 전환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매물을 받아줄 세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은 중소형주에 집중하고 있고 기관투자가는 주식을 적극적으로 살 만한 여력이 아직 안된다. 대우증권 홍 팀장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게 나타나고 있어 외국인이 주식을 팔 이유는 없다"며 "국내악재가 해소되는 과정이어서 외국인이 매도보다는 매수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