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시장이 투기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나 M&A부티크 등이 인수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얻기보다 주식 전매와 주가조작 등을 통해 단기간내에 큰 이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 조작이 실패로 끝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주가부양 실패 사례 CNI네트워크 컨소시엄에 인수된 통일중공업은 신주가 상장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4월1일 주가는 1천7백15원. 그러나 이후 5일간 하한가 행진을 계속했다. 지난 18일 현재 주가는 7백85원으로 뚝 떨어졌다. 통일중공업은 지난 9일 '주가 급락을 초래할 만한 사항이 없다'고 공시한 바 있다. 회사측과는 관계 없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는게 업계의 해석이다. 주가 부양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A사는 컨소시엄 회원사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인 뒤 중개 회사를 끼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재매각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일정기간 되팔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자 일부 투자자가 차익실현을 위해 이 물량을 팔기 시작하면서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브로커를 통해 이 주식을 사기로 계약했던 한 투자자는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하자 브로커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말 삼립식품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내외R&C라는 회사가 삼립식품을 인수한 파리크라상 컨소시엄 회원사인 KTB 캐피탈라인 등으로부터 보호예수가 되지 않은 주식을 통째로 사들여 주가 조작에 나섰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을 받지 못하거나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일중공업과 삼립식품 모두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와는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인 사례"라고 해석했다. CRC 시장의 붕괴 원인 CRC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렸다. 2002년 7월 이전에는 거래정지일 주가에 감자 비율을 곱해 시초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액면가에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는 며칠 하한가 행진이 진행된 뒤 주식을 팔아도 일정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시초가 산정이 거래정지일 가격의 50~2백% 내에서 동시호가를 받아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업계 관계자는 "CRC들이 단기간에 투자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작전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산업자원부에 등록된 CRC의 투자는 8천86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4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경영권 인수를 위한 투자는 전체의 12.2%인 9백90억원에 그쳤다. CRC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부실 기업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부담하는 대신 수익을 획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