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관심이 '전쟁'에서 '경제'로 옮겨오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경제가 우려했던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판단에서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술주들의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술주가 뉴욕 증시 상승의 기폭제 구실을 하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연 4일 상승(18일 휴장)하는 등 1주일 동안 4.9% 올랐다. 종가는 1월15일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1,425.50을 기록했다. 올 들어 지수 상승률은 6.7%에 달했다. 기술주 급등은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다 주면서 다우와 S&P500지수도 플러스로 돌려놓았다. 다우는 1.6% 오른 8,337.65를 기록했고 S&P500은 2.9% 상승한 893.58이었다. 이로써 연초 대비 S&P500은 플러스권으로 올라섰고 다우도 연초지수(8,341.63)에 불과 4포인트차로 접근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지난주 기술주에서 나온 '희망의 소리'를 주목한다. 전쟁으로 위축됐던 증시 분위기를 밝게 해주기에 충분하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실제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17일 예상보다 좋은 분기수익 발표로 하루만에 주가가 6.6% 급등,주당 16.18달러로 뛰어 올랐다. 칩메이커로서 올 2·4분기 매출이 두 자릿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브로드컴의 주가는 무려 18% 치솟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4월 중 제조업활동지수가 마이너스 8.8을 나타냈지만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도 시장에 안도감을 주었다. 낙관론자들은 "증시자금이 우량주에서 기술주로 옮겨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기술주가 주도하면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주의 상승세가 '펀더멘털' 개선으로 인한 추세 변화라기보다 낙폭과다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만명 늘어난 44만2천명으로 경제성장 걸림돌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만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증시가 장기적으로는 낙관할 수 있어도 기업들의 수익증대 신호가 분명해질 때까지는 상승세 전환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신중론자들은 예상보다 다소 호전된 1·4분기 기업수익도 "매출증대가 아닌 원가절감에서 나온 것"이라며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1·4분기 수익이 나쁘지 않았던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대형주들이 하락세를 보인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결국 이번주도 기업들의 수익발표와 경제지표추이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는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AOL타임워너 보잉 3M 머크 이베이 AT&T 아마존닷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SBC커뮤니케이션스 등 굵직한 기업들의 수익동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또 경기선행지수, 내구재주문, GDP, 주택판매, 미시간대 소비자감정지수 수정치 등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