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가 해결쪽으로 가닥을 잡고 미-이라크전이조기 종결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을 찾고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해외 차입 사정도 호전되는 등 대내외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SK글로벌사태, 카드채 문제 등으로 국가 위기감이 고조됐던 지난달의 시장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 주가 급등, 환율 하락 15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오후 2시40분 현재 전날에 비해 17.41포인트 급등한 622.47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1.23포인트 폭등한 44.19를 나타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5일 연속 상승했으며 62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1월23일(625.18)이후 처음이다. 외국인투자자는 1천억원 이상을 순매수, 올들어 팔기만했던 우리 주식을 다시사들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기대를 부풀렸다. 외국인이 1천억원이상을 순매수한것은 지난 1월15일(1천234억원) 이후 3개월만이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환율 하락세도 지속했다. 그동안 달러를 쌓아뒀던 기업들이 물량을 풀었다. 원.달러 환율은 8일 연속 하락, 1.5원 내린 1천215.9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 최고치였던 지난 4일(1천258원)에 비해 43원이나 떨어졌다. ◆ 국가리스크 완화, 차입여건 개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미-이라크전쟁이 조기 종결쪽으로 가닥을 잡고 북핵문제 역시 북한과 미국의 '다자회담' 수용으로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가 리스크도 크게 완화됐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미국 2008년 만기 재무부채권 기준)는 전날 0.05%포인트 내린 1.25%를 기록, 작년말(1.23%) 수준으로 하락했다.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달 12일(2.15%)에 비해 큰 폭으로떨어졌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우리나라 국가리스크에 대한 평가가 작년말 수준으로회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따라 SK글로벌 사태와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꽉 막혔던 국내 금융기관들의해외 차입여건도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국내 최대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은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최근 1억2천만달러의장기(만기 1∼3년) 외화차입에 성공, 오는 17일께 입금된다. 신디케이트론은 HSBC를 주간사로 바클레이은행, 미국계 와코비아은행, 독일계란데스방크 등 8개 투자기관이 참여했다. 지난달 10일 북한 미사일 발사와 11일 SK글로벌 사태가 터진이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2억달러를 장기로 빌린적은 있으나 시중은행의 장기외화 차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 유가하락, 경상수지.물가 불안 완화 이라크전 불안감으로 지난달 배럴당 30달러에 이르렀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23달러 안팎에서 안정되면서 경상수지와 물가안정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연평균 1달러 오르면 경상수지에 12억달러의 부담을 준다. 따라서 유가가 하락하면 경상수지의 주름이 그만큼 펴지게 된다. 유가 하락은 물가안정과 직결된다. 올들어 계속된 유가 상승과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5%까지 치솟았다. 이에따라 연간 물가상승률이 4%대에 이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으나 유가가 안정되면 석유류 제품과 각종 공산품 가격 하락으로 물가부담을 덜게 된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수출제품의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도 좋아진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석유류제품만도 월 8억달러어치에 이른다. ◆ 향후 관심은 경제 펀더멘털 이에따라 금융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라크전이나 북핵문제와 같은 경제외적 문제에서 경제 펀더멘털쪽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 이후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미국 경제가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올들어 어느쪽을 둘러봐도 경제에 좋은신호가 거의 없었으나 이라크전이 조기 종결되고 북핵문제가 해결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경제 펀더멘털 개선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문제는 세계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회복여부"라며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당초 우려와 달리 좋은쪽으로 흐른다면우리 경제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아직 완전히 걷힌 것이 아닌데다 경제여건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에 악재가 돌출하면 급격하게 금융시장이 냉각될 우려가 있다는 견해도만만치 않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연구위원은 "이라크전이 종결된다고 해도 중동정세의 불안감은 여전할 것이며 북핵문제 역시 아직 대화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여서 낙관할때가 아니다"며 "SK글로벌 문제나 카드채 악재도 그대로여서 경제상황을 안심하기엔이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