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SK텔레콤의 백기사로 나서는가. 백기사는 경영권 방어를 도와주는 제3의 주주. SK㈜가 자칫 SK텔레콤에 대한 경영권을 잃을 우려가 커지면서 SK텔레콤의 주요 주주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포스코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4월 신세기통신 지분 26.7%를 SK텔레콤에 매각하면서 이 회사 주식 6.5%를 넘겨받았다. 지난 2월5일 현재 보유지분은 6.84%이다. 크레스트가 갖고 있는 SK㈜ 지분이 15%를 넘어설 경우 SK㈜는 외국인으로 분류돼 SK㈜를 포함한 SK그룹의 SK텔레콤에 대한 의결 지분은 현재 24.85%에서 11.26%로 낮아진다. 따라서 SK텔레콤은 SK그룹의 지배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대적 M&A 시도에도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다. SK입장에서는 포스코를 우군으로 확보해야만 그나마 18%대의 방어지분을 갖게 된다. SK그룹이 SK텔레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SK텔레콤을 적대적 M&A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단일지분으로 3대 주주인 포스코의 역할이 SK그룹에 매우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SK는 포스코와의 '특별한 인연'과 '사업상의 제휴'등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포스코를 확실한 '아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선 SK와 포스코는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 서로 주식을 교차보유하고 있는 전략적 제휴관계다. SK그룹 계열사들은 포스코의 지분 3.34%를 보유한 4대 주주다. 포스코가 적대적 M&A에 노출될 경우 SK가 우호지분으로 나설 수 있어 양측 모두 경영권 유지를 위한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의 연임여부를 놓고 표대결 양상이 벌어졌을 때 SK는 확실한 연임찬성 입장을 밝혔다. 사업상으로도 SK는 포스코가 추진중인 광양복합터미널 사업에 참여키로 하는 등 에너지 사업에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두 회사는 서로 한명씩의 사외이사를 주고받으며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서로 참여하는 등 인적 유대관계도 형성하고 있다. 포스코도 지난 1월 열린 IR에서 "SK텔레콤의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금도 이 같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문제는 포스코 지분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주주들이 포스코가 SK텔레콤 지분을 이처럼 과다 보유하고 있는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 게다가 포스코는 SK텔레콤 지분매입으로 6천억원의 평가손을 입고 있다. 외인 주주들은 또 포스코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나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SK는 아직까지는 SK텔레콤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나 눈에 띌 만한 지분변동이 없는 만큼 포스코에 'SOS'를 칠 상황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유사시 포스코에 원군을 청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SK가 도움을 요청하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게 포스코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