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관련 법규정이 상호 모순을 빚으면서 1천7백억원을 투자한 외국 자본에 자산규모 47조원 규모의 기업이 통째로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공정거래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은 SK(주)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서 벗어날수 있도록 SK그룹의 의결권을 되살려 놓고 있지만 엉뚱하게도 전기통신사업법의 '외국인' 규정이 이번에는 SK텔레콤의 경영권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다. 현재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외국인이 특정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게 되면 해당 기업을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한다. 공정거래법은 출자총액 제한을 하면서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국내 지분의 의결권을 인정하는(부활시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 법에 따라 SK(주)는 외국인투자기업이 되는 것과 동시에 SK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지분의 의결권이 모두 되살아나면서 경영권을 방어할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당초 외국인의 통신사업 장악을 막기위해 만들어진 전기통신사업법상의 외국인 규정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외국인투자촉진법과 달리 외국인이 15%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외국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SK(주)에 대한 크레스트의 지분은 현재 이 '15%'에 0.1% 모자란 14.9%. 여기서 0.1%만 더 사들이면 SK(주)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SK텔레콤의 외국인 주주로 분류된다. 문제는 SK(주)가 외국인 기업이 되었을 경우에 발생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은 SK텔레콤과 같은 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외국인 지분을 49%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초과분은 의결권이 박탈된다. 현재 SK텔레콤에 대한 외국인 지분은 40.96%. 이 상황에서 SK텔레콤 20.85%를 보유하고 있는 SK(주)가 외국인으로 합산될 경우 외국인의 총주식은 61.81%가 되고 결과적으로 49%를 초과하게된 12.81%의 SK(주) 지분은 의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그룹 전체 의결권도 24.07%에서 11.26%로 낮아진다. SK그룹의 SK텔레콤에 대한 경영권이 사실상 공중에 뜨는 위기에 봉착하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외국기업의 통신사업 진출을 막기 위해 이같은 규정을 마련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크레스트가 14.9%를 매집한 이유는 SK텔레콤에 대한 SK(주)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토록 하면서 '0.1% 추가 매집 가능성'을 '경영개입의 무기'로 쓰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