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트 시큐리티스의 지분이 10%를 넘어서면서 SK(주)는 역설적이게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SK(주)가 최대주주로 돼있는 SK텔레콤의 경영권은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이동규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은 13일 "동일 외국인의 지분이 전체의 10% 이상인 회사는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돼 공정거래법의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며 "SK(주)도 외국 동일인(크레스트)의 지분이 10%를 넘어 이 조항의 적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SK그룹은 SK(주) 보유지분 35.75%중 자사주 지분 10.4%와 해외파킹분 7.88%를 제외한 나머지(17.46%)에 대해 자유로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앞으로도 출자한도에 상관없이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어 크레스트의 지분매집과 적대적 M&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크레스트 시큐리티스는 지난 10일 SK(주) 지분 12.39%를 사들였다고 신고한 이후 주식을 추가 매입, 현재는 지분율이 14.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SK(주)에 대한 크레스트의 지분이 이처럼 15%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레스트가 0.1%만 지분을 더 늘리면 SK(주)가 전기통신사업법상으로도 외국인으로 분류돼 이 회사가 갖고 있는 SK텔레콤 지분(20.85%)에 대한 의결권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는 외국인지분이 총 49%를 넘으면 사업허가를 받을 수 없다. 사업 개시 후 외국인 지분이 이 기준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있다.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은 현재 40.96%. 따라서 크레스트가 SK(주) 주식을 추가 매입,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으로 분류되게 되면 SK(주)가 갖고 있는 텔레콤 주식중 8.04%만 의결권이 인정되고 12.81%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그룹 전체로 따져도 SK텔레콤에 대한 의결권은 24.07%에서 11.26%로 낮아져 자칫 경영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크레스트는 SK텔레콤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무기로 SK(주)와 SK텔레콤을 동시에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재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정태웅.김남국.박수진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