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이후 전쟁특수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와 패전국의 외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이라크 외채는 1천억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에 치러야할 전쟁보상금 3천억달러를 감안한다면 4천억달러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쿠웨이트 등 걸프지역 국가들이 가장 많고 러시아 프랑스 불가리아 순이다. 이번 전쟁을 반대했던 국가들이 이라크 채권을 많이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패전국에 갖고 있는 채권은 못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패전국이 외채를 정리하지 못할 경우 대외신인도 문제 등으로 국가를 재건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전쟁 이후 새로운 정부나 군정이 들어설 경우 패전국이 갖고 있는 외채를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을 가장 먼저 밝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패전국인 이라크의 외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벌써부터 미국은 이번 전쟁을 반대한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에 이라크 채권의 포기를 종용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조만간 들어설 포스트 후세인 정부(혹은 군정)와 국제채권단 사이에 부채탕감 방안에 합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부채탕감 방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질 것인가. 앞으로 많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나 과거의 예를 따르는 것이 관례다. 최근의 예로 유로슬라비아의 경우 외채를 66% 탕감하고 잔여 외채는 6년거치 22년간 장기분할 상환하는 방안에 합의한바 있다. 이번에도 이런 방안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패전국에 갖고 있는 채권을 전부 받아낸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이 사실상 종료된 이후 세계 각국들의 움직임을 보면 빠르게 전후(post-war) 체제로 바뀌고 있다. 이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회담을 가진데 이어 지난주말에는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달 24일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담과 오는 6월에는 G8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종전과 다른 것은 주요 채권국들이 이라크 채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전쟁특수를 차지하기 위해 강한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번 전쟁특수가 큰 점을 의식한 대승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 각국의 경제가 침체국면에 놓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특수활용 여부에 따라서는 이들 국가의 경기회복과 전후 명암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 후세인 프로젝트' '이라크판 마샬플랜'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이번 전쟁특수는 걸프전에 비해 약 7배에 달할 것으로 세계은행(World Bank) 등은 추정하고 있다. 걸프전 때에는 약 1천억달러 정도의 특수가 발생해 당시 침체국면에 놓인 세계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는 이라크 재건을 위해 들어가는 복구비용만 1천억달러에 달한다. 중동 전역까지 포함할 경우 앞으로 10년간에 걸쳐 7천억달러가 들어간다. 물론 매년 얼마나 이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번 전쟁특수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0.5∼0.7%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는 대규모다. 그런 만큼 각국의 입장에서는 이라크 채권을 받아내는 것보다 전쟁특수를 얼마나 차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궁극적으로는 조만간 들어설 군정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특수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군정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다른 국가와의 경쟁이 또하나의 '소리없는 경제전쟁'으로 비유될 만큼 치열하다. 역사적으로 전쟁특수가 승전국의 최대전리품이 된 점을 감안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을 듯하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이번 전후 처리에 난항이 예상되고 세계경제와 증시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