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사태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환매규모가 감소하고 있으나 투신사 자금난은 심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매요청은 이어지고 있으나 환매자금 마련을 위한 카드채나 CP(기업어음) 유통이 거의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환매요청이 지속될 경우 `중단'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어 채권안정기금 조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 시각 엇갈리는 `환매 진정' 정부가 카드사 대책 등 발빠른 환매사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시장에서 환매규모 감소세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투신권의 순환매 규모는 1조9천억원으로 17일 2조5천억원보다 6천억원 감소했다고 19일 밝혔다. 환매규모는 지난 11일 1조6천억원에서 12일 5조1천억원으로 급증했다가 13일 4조원으로 줄기 시작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4일 3조1천억원 등으로 감소하는 등 `진정세'로 들어선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환매 감소세는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요된' 자제요청과 투신권의 유동성난으로 환매를 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투신권에서 나오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기관투자자들도 긴급한 자금사정이나 부실 우려에 대비하기 위해 당국에 `미운털'이 박히지 않고 환매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심지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일부 기관의 경우는 이번 사태로 인한 부실 차단을 이유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환매를 종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진정세 판단과는 달리 투신권에서는 아직도 심각한 긴장감이 돌고있다. ◆ 유동성 악화..`바닥 드러난다' 투신권은 끊임없이 쇄도하는 환매요청에 긴급자금을 중심으로 응하고 있으나 점점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SK 분식파문 이후 투신사와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에서 환매를 위해 쓴 자금은 이미 18조원을 넘어서 더 이상 환매요청을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투신권주장이다. 환매에 응하기 위해 팔 만한 국공채는 대부분 매도했으나 `애물단지'가 된 카드채나 CP(기업어음)이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으며 국공채값 상승에도 좀처럼 헐값을벗어나지 못해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판매사로부터 요청된 환매규모를 접수한 뒤 자산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환매에 응하고 있다"며 "카드채와 CP 등은 처분이안돼 환매자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들은 투신사 자금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자체 자금으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최근 일주일새 미매각수익증권이 3천700억원 늘었다고 공시한 것도이같은 이유로 인한 것이며 다른 증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신사에서 환매자금을 충분히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언제까지 투자자들의 환매에 응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환매요청이 급감하지 않을 경우 환매 지연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안기금 등 긴급대책 필요 정부의 카드사 대책과 시장 안정책은 SK 분식회계 파문이후 동요하던 채권시장이 국고채를 중심으로 한 금리 하락 등을 보이며 진정되고 있다. 정부의 대응책은 일단 국공채 등 우량 채권 금리 하락을 촉진시켜 카드채와 CP등의 금리 하락을 유도해 시장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투신권에서는 이같은 간접적인 대책이 당장 유동성난을 겪고 있는 투신권의 `급한 불'을 끄기에 미흡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매가 계속 번질 경우 시장 기능 마비를 초래할 `환매 중단'을 선언하는 투신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투신사 자금난은 물론 증권사 미매각 수익증권이 수조원에 이르고 있다"며 "카드채가 높은 금리(낮은 채권값)에 거래될 경우 시가평가에 따른 기준가 하락 등으로 환매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투신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 환매사태로 인한 투신권 유동성 문제는 국공채 수급여건 개선으로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카드채나 CP를 직접 매입하기위한 채권안정기금 조성 등 긴급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