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도둑이나 화재 등을 막기 위해 밤에 왕궁과 도성 주변을 순시하던 군인을 순라(巡邏) 또는 순라군이라고 했다. 순라는 술래잡기 놀이에 나오는 '술래'의 어원이다. 요즘 금융시장을 보면 시장 참가자가 술래가 돼서 꼭꼭 숨은 부실회사를 찾아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술래가 맨 처음 찾아낸 건 분식회계를 한 SK글로벌과 관련주.그 다음은 은행과 증권을 끄집어 내더니 이번엔 카드사를 찾아낸 뒤 난리법석이다. 술래에게 잡힌 회사들은 서로 "나보다 더 나쁜 데가 저쪽인데…"라며 화살을 피한다. 핑곗거리를 외풍(外風)에서 찾던 시장참가자들이 꼬인 내부문제를 들춰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