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분식회계와 투신사 환매사태 여파로 인해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특히 40조원이 넘는 카드채를 중심으로 채권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물만 극히 일부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이 이어질 경우 다른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데 있다. 이를 의식, 채권단은 SK측에 그룹차원의 자구책을 강력 요구했다. 카드사들도 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함께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는 채권상환시기가 돌아오는 이번 주중 최대 고비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카드채 해소 방안 등이 시급하다고 이들은 진단한다. ◆ 경색국면에 빠진 회사채시장 한국은행이 지난주 국채매입 등 고강도 대책을 시행하면서 국채금리가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은 외형상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회사채시장은 신용경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신세계 등 우량채만 일부 거래될뿐 A급이나 BBB급 회사채는 '팔자' 주문만 쌓였다. 지난 14일 BBB급에서 유일하게 거래된 현대건설 채권의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6.82%포인트 급등한 연 14.62%였다. 임찬익 한화증권 채권팀장은 "국채나 통안채는 매수세가 되살아나는데 반해 회사채 시장은 더 냉랭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투신사 채권 펀드매니저는 "A등급이었던 SK글로벌의 회사채가 하루 아침에 부실채로 바뀐 상황에서 신용평가사 등급을 믿고 회사채를 살 투자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회사채의 최대 매수세력인 투신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 주 요인이다. 자금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투신사들은 "팔리는 회사채는 모두 판다"는 입장이다. ◆ 대란설(說)에 휘말린 카드채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은 카드채 대란설로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달들어 기관투자가들은 카드사의 경영 부실을 우려, 카드채 매입을 기피하고 있다. 그 바람에 카드채 가격이 급락했다. 이 와중에 'SK쇼크'와 환매사태가 잇따라 터졌다. 카드채 거래가 전면 중단되자 10조원 규모의 카드채를 보유하고 있는 투신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카드채를 편입한 펀드수익률이 급락, 펀드 환매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 브로커들은 "현재 분위기로는 올 2.4분기부터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카드채의 차환발행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삼성 LG 국민 등 7개 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의 발행잔액은 모두 26조원. ABS(자산담보부채권) CP(기업어음) 등을 합치면 카드채 총발행규모는 40조원을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현재 AA 또는 A급인 카드채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차환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분석한다. 특히 해외에서 발행한 ABS가 시한폭탄이 될수 있다. ABS의 경우 적자를 지속하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조건이 붙어 있어 해외금융회사의 조기상환 요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