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은 분식회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지불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SK글로벌은 회계수치를 조작했는데도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공제 이전 기업이익)를 이자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미쳤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부채를 감당할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1'미만이면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만한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SK글로벌의 연결재무제표에 따른 이자보상배율은 지난 99년 0.78에서 2000년에는 0.75로 낮아졌고 2001년에는 0.45로 뚝 떨어졌다. SK글로벌 본사만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 99년 0.92에서 2000년 1.04, 2001년 1.12로 올랐지만 연결재무제표로 분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는 것이 금융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K글로벌 본사가 현지법인에 상당규모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는 등 본-지사간 관계가 긴밀한데 연결재무제표는 본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현지법인의 재무내용까지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융기관들이 기본적으로 이자를 낼 능력이 없는 기업이 원금을 상환할 것이라 믿고 수천억원씩 여신을 제공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대한 정확한 분석없이 `SK'라는 이름에 현혹돼 여신을 제공한 것은 금융기관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얘기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영업을 통해 얼마나 현금을 창출하는지 등을 통해 리스크를 책정하고 대출을 하는 것이 정석"이라면서 "재벌체제 안에서 종합상사의 역할 등을 감안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채권금융기관들은 종합상사가 재벌그룹의 자금 조달창구 역할을 해온 것을 고려, 자체 영업이익보다는 그룹에 대한 신용도에 따라 여신을 제공해왔다. 제일은행은 이에 따라 2000년부터 1천200억원 규모이던 SK글로벌에 대한 여신을 2년에 걸쳐 모두 회수했다. 당시 은행 내에서 SK그룹 계열사와 거래하지 않으면 어떻게 영업을 하느냐는 반발이 있었으나 경영진이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은 지금도 국내 종합상사에 대해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삼성물산 등과도 현금창출이 가능하고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건설부문에만 일부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SK글로벌이 회계장부를 조작했는데도 이자를 낼 능력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 실제 어느 정도 생존능력이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