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4각 파도'에 휘말리면서 또다시 경제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라크전쟁 지연으로 내수 및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시작된 경기 하락세가 북한 핵문제 영향으로 속도를 더하고 있고 신용카드 부실로 촉발된 가계부채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SK 분식회계가 밝혀지면서 불똥이 다른 그룹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있는 가운데 무디스 등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은 북핵 문제 등을 앞세워 신용등급하향 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4각 파도 가운데 어느 하나도 자율적이고 신속하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2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계, 민간연구기관들에 따르면 미-이라크전쟁 지연과 북핵문제 등으로 시작된 경기하락 조짐은 주가와 환율 등 국내외 경제지표에 악영향을미치고 있다. 지난해말 750선을 유지했던 주가는 이날 현재 530선으로 불과 3개월만에 20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2월부터 순매도세에 들어가 2월달 7억3천만달러어치를 팔았고 이달들어서는 지난 7일까지 1억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월말 1천17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경제위기감 고조 등으로 달러 사재기 현상이 빚어져 지난 10일 1천238.5원으로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불안은 미-이라크전쟁 불안감에 북핵문제가 겹치고 여기에 다시 SK 분식회계가 터지면서 향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 상승과 북핵문제로 신규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기대지수, 경기실사지수, 무역수지 등 각종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있어 소비 등 내수의 급격한 침체 및 투자 위축 등을 몰고 오고 있다. 여기에 신용카드 부실로 촉발된 가계부채가 본격화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계부실 대책이 부실하다"며 보다 현실성있는 대책을 주문했을 정도다. 정부는 현재까지는 부동산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아 가계부실이 본격화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히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돼 향후 부동산가격의 버블(거품)이 꺼지면 부동산담보대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SK 분식회계 문제도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감독당국이 분식회계에 대해 명확한 정리를 함으로써 이 부분의 투명성이높아지게 됐다는 견해도 있으나 아직까지도 한국기업의 회계투명성이 의심스럽다는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같은 경제위기 상황은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신용등급의 하락은 곧바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쳐 외평채값 하락은 물론 공공.민간부문의 차입금리 상승, 주가하락, 환율 상승 등 경제위기를 한층 더할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소 유병규 연구원은 "경제실상보다대외 변수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 또한 경제자체에 불안감을 안겨다주는악순환이 우려된다"며 "정부는 펀더멘털과 관련된 경제실상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