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사업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12일 "대주주가 소량의 지분을 갖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황제식 경영'을 탈피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기 위해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며 방안은 순수지주회사보다는 사업지주회사 형태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사업지주회사는 자회사의 경영권만 확보할 수 있을 뿐인 순수지주회사와 달리지주회사가 독자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형태의 지주회사를 말하는 것으로 흔히 혼합지주회사로 불리기도 한다. SK 주요 계열사 주식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SK㈜는 이미 상당한 정도의 사업지주회사 형태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월말 현재 6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의 지배구조는 SK㈜의 5.2%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을 정점으로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가 주요 계열사 지분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형태로 돼있다. SK㈜는 SK텔레콤 20.85%, SK글로벌 37.86%, SKC 47.66%, SK해운 35.47% , SK엔론 50% , SK제약 66% 등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이며 최 회장 본인은 SK㈜와 함께 SKC&C(44.5%), SKC(7.5%), SK글로벌(3.31%), SK케미칼(6.84%)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SK가 완전한 형태의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부채비율 100% 이내 유지 ▲자회사 지분을 상장 및 등록기업은 30%, 비공개기업은 50% 이상 소유 ▲(금융 지주회사가 아닌)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소유 금지 ▲자회사끼리 출자금지 등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갖춰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는 2001년말 현재 부채비율이 152.1%에 이르며 지주회사에 금지하고 있는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 또한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LG그룹이 34개 계열사를 자회사로 하는 ㈜LG를 출범시키면서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한 바 있다. SK 관계자는 "㈜LG와 같은 순수지주회사는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돼 SK로서는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구체적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업지주회사쪽으로 가야한다는 내부의견이 도출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