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엔화 대출을 많이 쓰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이나 개인사업자의 엔화대출 잔액은 70억달러로 이의 60∼70%를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으나 대기업들과 달리 환위험 '헤지'(회피)가 제대로 돼있지않아 원화가 추가 절하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수출품목의 70% 정도가 겹치고 있고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원.달러 보다 원.엔 많이 올라 미-이라크전쟁 불안감에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엔화 가치가 많이 올랐고 이때문에 원화도 강세 흐름을 보였으나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원.엔 환율은 연초까지만해도 10대 1에 수렴했으나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에 비해 원.엔 환율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작년말 1천186.20원에서 1천218.70원으로 2.7% 오른 반면 원.엔 환율은 100엔당 999.83원에서 1천40.28원으로 3.9% 상승했다. 10일 오후 2시3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8원 오른 1천231.5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원.엔환율은 이보다 높은 14원 뛴 1천54원을 나타내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북핵관련 위험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면서 그동안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가 메리트를잃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도 "98∼2001년 평균 100엔당 1천50원이었던 원.엔 환율은 작년 우리 경제의 견실한 성장에 힘입어 1천원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올들어 미-이라크전에이어 북핵문제가 부각되면서 1천50원선을 넘고 있다"고 말했다. ◆ 엔화 차입자 '비상' 엔화에 대해 원화값이 급격히 절하되자 엔화 대출을 쓰고 있는 기업 등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금융기관의 엔화 대출 잔액은 70억달러이며 이중 50억달러가 작년에 대출됐다. 특히 작년 엔화대출의 60∼70% 정도는 개인사업자(소호)를 포함한 중소기업이어서 원.엔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큰 손실이 우려된다. 대기업들은 외화대출을 할때 대부분 환 위험을 '헤지'해 별 문제가 없으나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은 안전장치가 없어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금리차를 고려할때 작년 엔화 대출자들은 4%정도의 이익을 봤으나 올들어 원.엔환율이 4%가까이 뛰면서 이를 모두 까먹었다고봐야한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엔환율 1천원대(100엔 기준)에서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은아직 손해를 보고 있지않으나 1천원대 미만에서 엔화를 빌어 쓰는 기업들은 손해가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수출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어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수출품의 70% 정도가 일본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으나원.엔 환율이 원.달러 환율에 비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졌기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책임연구원은 "일본과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원.엔환율 상승이 긍정적이지만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작년에 엔화대출을 받았던 기업들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