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시장을 보는 눈이 싸늘해지고 있다는게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들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연일 매도공세를 펴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도 주가를 떨어뜨리는 매도쪽으로만 힘을 싣고 있다. 최근들어 한국 증시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분석도 줄을 잇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본격적인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을뿐 한국시장에서 일단 발을 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는 작년말부터 이어졌던 순매수 기조가 최근 순매도로 반전됐다는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외국인은 작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월단위로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가능성, 북핵 문제 등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6천4백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들어서도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시장을 떠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가는게 현실이다. ◆ 외국인 시각은 한국시장을 단기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선물의 매도포지션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게 단적인 예다. 문제는 중장기 전망이다. 북한 핵문제등 소위 말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선 한국경제 자체의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 문제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6일 한국의 소비경기가 좀처럼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이 증권사는 한국시장 투자의견에 대해 비중축소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물론 외국계 증권사 대부분은 아직 투자의견을 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저평가 논리가 더 많다. 그러나 신정부 정책의 불투명성과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대응책 미비 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 최근 홍콩 등 아시아지역 기관투자가를 탐방하고 돌아온 삼성증권 임춘수 리서치센터장은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책마저 나오지 못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매도타깃의 확대 올초만해도 정보기술(IT)주가 매도타깃이었다. IT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될 지 모른다는 우려로 외국인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표주 전체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의 외국인 지분도 줄고 있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오현석 과장은 "외국인은 매도나 매수중 한번 방향을 정하면 일정기간 한 방향으로 가는 패턴을 보여 왔다"며 "북핵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매수세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 지금처럼 예측하기 힘들다면 시장이 활력을 되찾기 어렵다는데 있다"며 "시장은 우선 안정감을 요구하고 있다" 말했다. ◆ 탈(脫)한국 아직은 아니다 세계주식시장이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하는 것도 외국인의 매도 이유중 하나다. 삼성증권 오 과장은 "외국인이 북핵 문제등에 대해 감성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그러나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오고 시장환경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한국시장에 대한 비중축소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