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을 노크하는 기업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코스닥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코스닥 진출을 추진하던 장외 벤처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공모주 시장은 당분간 극심한 부진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3일 코스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코스닥등록을 위해 심사청구를 한 기업은 총 11개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년 코스닥 심사청구 시즌이 개막되는 2월 가운데 사상 최저 실적이라고 위원회측은 밝혔다. 실제 2월 심사청구 기업은 2000년 89개,2001년 20개에 이어 지난해엔 46개사에 달했다. 이 같이 심사청구 기업이 급감한 것은 증시 침체가 길어지면서 증권사와 발행사 모두가 기업공개(IPO)를 늦추려 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증시 상황이 나빠 주간사 등이 잇따라 시장 조성에 나서면서 서둘러 코스닥 등록작업을 진행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장외 IT(정보기술) 업체 관계자는 "지금 같으면 공모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10억∼20억원대에 불과하다"며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등록을 계획하고 있는 IT 벤처기업 상당수가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도 심사청구가 감소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코스닥위원회 박웅갑 등록심사팀장은 "지난해 말 조사 당시 올 2월 코스닥 심사청구 예정기업은 46개사나 됐으나 실제 청구기업은 이에 크게 못미쳤다"며 기업 실적악화를 가장 큰 배경으로 들었다. 여기에다 금융감독원이 등록예정이었던 이오정보통신의 회계부정 사실을 사전에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주간사인 교보증권을 징계키로 하자 증권사들이 장외기업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재차 점검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올해 코스닥 등록기업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스닥위원회측도 이달 심사청구 기업수가 지난해 사전조사(62개) 때의 30% 수준인 20개사 미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S사 관계자는 "깐깐한 질적 심사에다 지금과 같이 낮은 공모가로 등록을 추진하는 것보다 코스닥 기업을 싼 값에 인수해 우회등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