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효율적인 게 최선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다. 우수하고 효율적인 가전제품일수록 사용방법을 익히기가 어렵다. 염증성 박테리아를 배양하던 영국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배양기에 곰팡이가 핀 것을 보았다. 그순간 그는 곰팡이 범벅을 쏟아버리려다 게으름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게 됐고 결국 페니실린 발견자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게으르면서 할 일을 다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아무리 급해도 낮잠은 꼭 잤다고 한다. 독일군의 폭격으로 아무리 시끄러워도 개의치 않았다. 잠옷차람에 굵은 시가를 입에 문 채 국가의 기밀문서에 사인을 했다. 증시가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불안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을 때 정반대로 잔뜩 게으름을 피워보는 건 어떨지.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