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경우 금융회사와 유관기관에도 '낙하산 후폭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때문에 주로 경제관료들 출신인 국책은행장이나 금융회사 감사, 금융관련 협회 임원들은 임기와 관계 없이 경제부처 물갈이 인사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의 정기주총이 대부분 경제부처 인사가 마무리될 내달 말로 잡혀 있어 금융권에 소나기식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낙하산 후폭풍 부나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범 경제관료들이 낙하산 인사로 차지해온 국책은행장과 은행 감사, 금융협회.유관기관 임원 등 금융권 요직은 대략 1백여개 자리에 달한다. 이들 자리는 경제관료들의 인사이동에 따라 언제든지 연쇄적으로 인사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 특히 이번엔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젊어지면서 경제부처 내에서 도미노식 세대교체 인사가 벌어져 수십명의 고위 관료들이 튕겨져 나올 전망이다. 과거 예로 보면 이들은 후배 관료들의 지원을 받아 금융권으로 낙하산 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계 관계자는 "어느때보다 경제부처의 물갈이 인사 폭이 커질 것으로 보여 금융권에 무차별식 낙하산 인사가 예상된다"며 "국책은행장이나 유관기관장 등 핵심 요직은 임기와 관계 없이 교체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은행.증권사 노심초사 3월 말에 주총이 몰린 은행권은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철저한 회계감사 등을 이유로 주총을 3월 말로 잡도록 유도한 것이나, 최근 재경부에서 국민.조흥.외환은행 등의 이사회 회장제도에 갑자기 시비를 건 것 등도 앞으로 벌어질 '낙하산 인사'와 연계돼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주총이 묘하게 3월 마지막주에 몰린 것은 재경부 등의 인사일정과 무관치 않다"며 "재경부의 인사 향배에 따라 은행 주총에서의 인사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유관기관들도 술렁이고 있다.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선물거래소 등 대부분 증권유관기관의 장들은 대부분 재정경제부 출신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 관련 기관장들의 거취가 가장 큰 관심사다. 특히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재경부 국고국장 출신인 정의동 위원장은 내달 12일로 임기를 마친다. 물론 신호주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의 임기는 2년 가까이 남아 있다. 그러나 증시 통합문제와 함께 과천관가의 연쇄인사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복잡한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은행 임원은 "관료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금융권에 낙하산 부대를 내려보내는 것은 금융회사들의 조직 안정과 자율성을 크게 해친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금융기관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만큼 지켜볼 뿐"이라고 밝혔다. 차병석.김인식.이건호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