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주) 회장이 배임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SK(주)의 지분을 사들인 이유는 작년 4월부터 시행된 출자총액제한제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 회장이 주식을 맞교환했던 때는 지난해 3월말.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시행되기 며칠 전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워커힐호텔 주식 3백25만주(40.7%)를 SK C&C에 넘기는 대신 SK C&C가 갖고 있던 SK(주)의 주식 6백46만주(5.08%)를 받았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SK(주)의 지분을 5.2%로 늘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에 대한 최 회장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주식 맞교환 전에도 C&C(최 회장 지분율 49%)를 통해 SK(주)를 실질적으로 다스리고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검찰은 주식 맞교환을 부른 주범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지목했다. 이 제도는 '각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대해 갖고 있는 지분중 순자산의 25%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25% 초과분을 해소하지 않는 기업에 과징금을 매기려고 했지만 매각물량 확대가 증시에 부담을 준다는 재계의 반발로 후퇴한 상태였다. 어쨌든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시행되면 SK C&C가 10%나 갖고 있는 SK(주) 지분중 상당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순자산이 1천3백18억원에 불과한 SK C&C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은 대략 3백30억원. 이를 △당시 SK(주)의 시가(주당 1만7천원)로 계산하면 2% 수준이며 △SK C&C가 SK(주)의 주식을 취득했을 때의 가격으로 따져도 3∼5%에 불과하다. 즉 SK C&C가 SK(주)에 대해 보유한 나머지 5∼8% 만큼의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SK(주)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 약화가 우려됐다. SK는 이를 막기 위해 주식 맞교환을 감행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은 SK(주)에 대해 새로 취득한 5% 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한편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SK C&C를 통해 3∼5%의 지분을 행사, 출자총액제한제도 시행으로 인한 부담을 덜게 됐다. 검찰이 주목하는 또 다른 사안은 SK C&C와 SK글로벌이 비상장주식인 워커힐호텔의주식 값을 적정가격보다 비싸게 평가하는 방법으로 최 회장에게 부당이득을 주고 해당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1주당 자산가치(SK㈜ 4만5천원, 워커힐 3만원)나 수익가치(SK㈜ 2만원, 워커힐 1만원) 측면에서 SK(주)가 높은데도 이들은 워커힐호텔 주가를 SK㈜의 2배로 부풀려 거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SK측은 "세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비상장 기업에 대한 주가 산출을 둘러싸고 향후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