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상장 폐지된 ㈜진로의 부채원금 분할 상환이 내달부터 시작돼, 국내 간판 소주회사 진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화의기업 1호'이기도 한 진로는 지난 98년 3월 화의 인가 당시 부채 원금상환을 5년간 유예받았는데, 그 원금 유예기간이 내달로 종료되는 것이다. 진로가 화의를 계속 끌고 가려면 당장 내달부터 오는 2007년 12월말까지 원금을 20차례로 나눠 매분기말 이자와 함께 균등 상환해야 한다. 진로의 2002회계연도(2001.10.1-2002.9.30) 결산에 따르면 작년 9월말 현재 부채총액은 1조8천19억원으로 전기(1조7천756억원)보다 1.5% 늘어났다. 따라서 진로가 향후 5년간 분기마다 상환해야 할 부채 원금은 대략 9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2002회계연도 이자비용(2천145억원)을 감안하면 올연말까지 5천억원은 가져야화의조건 이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진로의 2002회계연도 영업실적은 순매출(주세 등 제외) 5천904억원, 영업이익 959억원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막대한 이자비용 등으로 1천6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현재 상태로 두면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이자 부담도 어려운 것이 진로의 처지인 것이다. 진로측도 자인하는 사실이지만 결국 이 회사가 회생할 수 있는 길은 외자유치밖에 없다. 그것도 1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돈이 한꺼번에 들어와야 정상화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작년 12월 정기주총에서 3년 임기의 등기 이사로 재선임된 이 회사 장진호 회장은 지난달말 회사 임원진을 모아 놓고 의미있는 말을 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11일 "장 회장이 설 직전 회사 임원들과 송년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3월 중순까지 외자유치를 책임지고 마무리짓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면서 "(외자유치) 협상이 현재 90% 이상 진행돼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부적으로 1조2천억원 정도를 외자유치 목표로 잡고 있다"면서 "일단 1조원 정도만 확보되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로는 외자유치와 관련, 자사 소주 제품의 일본 수출권과 회사 지분 일부를 묶어 일괄 매각한다는 방침 아래 몇몇 외국회사들에 출자의사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가 매물로 내놓은 자산의 가치 평가는 국내외에서 크게 엇갈리는데, 일단국내에서는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한 주류회사 관계자는 "진로의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가능성만 보고 소주 일본수출권에 1조원 가까운 거금을 베팅할 곳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외국 업체들은 진로 소주의 브랜드 가치를 파격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국계 위스키업체 국내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본사에서 미화 8억달러(당시 환율기준 한화 9천600억원)를 제시했으나 진로측이 10억달러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본사는 곧바로 진로를 포기하고 미주 지역의 다른주류 회사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