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580선이 무너지는 등 한국증시가 급락하고 있다. 외국인 '팔자'가 직격탄이었다.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던 외국인투자자가 7일 대량 매도세로 돌연 돌아서자 전문가들은 '예감'이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증시수급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 SK텔레콤등 한국 대표주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국내 기관들은 저가매수에 나서기는 커녕 로스컷(loss cut:손절매)의 실행여부를 놓고 대책회의를 갖는등 분주히 움직였다. 시장참가자들은 '외국인 매도->주가 급락->기관 손절매->주가 추가하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의 한국비중 축소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 현물(1천3백억원)과 선물시장(3천7백억원)에서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불길한 조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신우 PCA투신 전무는 "외국인이 종합주가지수 500대에서 매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지수 600대에서 한국주식을 매수하던 외국인이 500대에서 매도로 돌아선 것은 객관적인 핑계(북핵 위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핵문제에 대해 그동안 덤덤한 반응을 보이던 외국인이 서서히 이를 의식하기 시작했으며 뒤늦게나마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외국인 매물이 일회성 매물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의 대량 매도는 실적저조 등 개별기업 문제가 아니라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문제,신정부와 재계의 갈등,신정부와 미국의 미묘한 관계 등 한국시장에 국한된 변수가 너무 많다"면서 "이런 변수가 경제 펀더멘털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악재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악순환되는 수급구조 외국인의 '팔자'가 지속될 경우 주가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국인이 처분하는 주식을 받아줄 국내 매수 주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날 1천3백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매물에 종합주가지수가 12포인트나 하락한 것은 국내 수급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최근 저가매수에 나섰던 연기금 등 국내 기관들은 이날 장중한때 주가의 전(前)저점이 무너지자 한발 빼는 양상을 보였다. 오히려 추가손실을 줄이기 위해 손절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가람투자 박 사장은 "외국인이 팔면 기관들도 손절매로 대응해야하는 형편"이라면서 수급이 악순환고리에 빠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개인투자자들만이 외롭게 '사자'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단기매매가 대부분을 차지,지수방어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