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일본 통화당국과 자금시장 관계자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24일 0.810%로 0.8%대를 유지했지만 이달 23일에는 한때 0.795%까지 내려갔다. 이는 지난 98년 10월의 0.7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기금리는 특히 지난해 말부터 하락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1.5% 전후를 유지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증시불안으로 투자자금이 채권으로 몰려든 데다 은행들도 대출을 억제하면서 국채에 자금을 묻어두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경제활동이 침체되거나 물가상승 기대심리가 낮은 때일수록 금리가 하향추세를 보이는 점을 지적하면서 장기금리 하락세가 일본경제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경기가 다시 완만한 후퇴조짐을 보이는 현상과 그대로 일치한다는 진단이다. 시장에서는 경기회복과 재정정책 전환 등 금리반등을 자극할만한 재료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금리의 하향안정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UFJ은행 히로나카 고지 종합자금부장). 일본은행은 금리하락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통화정책에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채권값이 급등하게 되면 '채권 버블'이 나타날 우려가 커지는데다 채권매입을 통한 시중자금 조절기능에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3월 결산기를 앞둔 증시가 불안에 빠질 경우 일본 정부와 여당은 일본은행에 추가금융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일본은행으로서는 자금 공급확대가 오히려 채권 버블을 키울 수 있다는 부작용을 의식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