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9일 2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옵션만기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지수하락의 이면에 취약한 수급구조가 숨어있다. 개인들의 돈이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연초 강력한 매수세력으로 등장했던 외국인도 매도우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만 3천3백67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이에 따라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출렁거릴정도로 취약해지고 있다. 자금이탈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심화된 탓이다. 수급 불안정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본격적인 활동과 함께 불거진 새 정부의 정책 혼선도 또다른 이유다.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와 양도차익 과세검토 등 분배우위의 정책이 증시에 영향력이 큰 "거액투자자"의 거부감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개인과 기관의 증시외면은 채권 편식이라는 왜곡현상을 낳기도 했다. ◆심화되는 자금이탈=국내투자자들의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 8일 현재 고객예탁금은 7조9천9백34억원에 달했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2일(7조7천4백28억원)이후 16개월 만에 7조원대로 내려앉았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작년 10월 이후 실질예탁금 기준으로 증시에서 빠져나간 개인자금은 2조3천억원에 달한다"며 "두달여 만에 이뤄진 이탈규모로는 최근 2년내에 가장 큰 편"이라고 말했다. SK투신운용 장동헌 주식운용본부장은 "올 1월중 주식시장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기관은 찾기 힘들고 안정형 상품에 대한 문의만 있다"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작년말 회수했던 자금을 재투입하는 것도 이달말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달아오른 채권시장=시중부동자금은 채권 선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채권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한달 넘게 4.90%에서 요지부동하던 CD(양도성예금증서) 91일물 수익률이 0.04%포인트 떨어진 것.장기채 수익률 속락을 저지하던 CD 91일물의 수익률 하락은 국고채 3년물 유통수익률의 4%대 진입으로 이어졌다. 작년 12월30일 48조8천억원대였던 투신권 MMF(머니마켓펀드) 수탁고는 지난 7일 현재 56조3천억원대로 무려 7조4천억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채권펀드에도 4천억원 가량이 신규 유입됐다. 대한투신운용 권경업 채권운용본부장은 "시중자금이 채권으로 쏠리는 현상이 과도하다"며 "시중자금의 왜곡이 심화될 수록 그 왜곡해소의 과정에서 시장충격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박스권 매매전략으로 회귀=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외국인 투자자금도 단기매매에 주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매수 후 보유라는 정석 플레이보다 매수 후 적정한 시점에서의 매도라는 단기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옵션만기일 이후 바닥권의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다시 증가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지수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를 병행한다는 차원에서 업종대표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목표수익률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