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폭락장을 경험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신년 주식 투자 설계가 각양 각색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미들은 적정 수익률을 어렵게 유지하다가 급락장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거나 풍문을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뒤 기본에 충실한 장기투자 또는 데이트레이딩 등 나름대로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증시를 움직이는 각종 경제지표에 둔감했다면서 경제 공부를 새로 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의 불공정행위 등 신뢰에 상처를 받은 한 투자자는 아예 미련을 버리고 부동산 쪽에만 재테크를 집중하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신모(37.프리랜서.한남동)씨= 주식투자를 필수로 생각하고 투자했다가 새롬기술 작전에 속아 전세금 등 원금 1억5천만원을 날리고 3천만원의 빚까지 생겼다. 데이트레이딩 유료 강의까지 들어가면서 복구했지만 여전히 1억원을 손해봤다. 주식투자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새해 경제 전망에 귀를 기울이면서 조심스럽게 투자하려 한다. ▲오모(35.홍보대행사.풍납동)씨= 비과세 근로자주식저축에 1천500만원을 가입해 출발이 좋았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에서 `2배, 3배' 먹을 수 있다는 풍문에 이끌려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고 연말에 계좌를 청산했다.남은 돈은 580만원. 풍문보다는 전문가 조언을 듣고 기본에 충실한 투자를 할 생각이다. ▲이모 (31.회사원.경기도 안양)씨= 1년 간 근근이 유지해오던 수익률이 연말 마지막 주에 끝장났다. 단숨에 -30% 수익률로 변했다.끝까지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했던게 화근이다. 내년 초에도 시장상황은 극히 불투명해 보인다.증권사들은 저점 확인 후 매수, 장기보유하라는데 나만의 매매스타일을 고수해 나갈 작정이다.단기매매를 통한 적극적인 차익실현만이 개미들의 살길이다. ▲정모(26.대학원생.역삼동)씨= 학점도 수익률도 마이너스 인생이 되어버렸다.설마 설마 하다가 한 해 등록금을 날렸다.지난해에는 뇌동 매매를 많이 했다. 주위 목소리에 휩쓸려 다녔다. 올해는 증시전망이 밝은 만큼 좀더 느긋한 마음으로 매수 후 장기보유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박모(34.방송관계직.경기도 부천)씨= 지난해 말 자사주 1천주를 매입해 1억원의 수익이 났다. 증시가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한테 주어진 기막힌 행운이었다. 각종 경제지표를 공부하면서 조심스럽게 재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권모(42.회사원.목동)씨= 선택이 옳았다. 2년 전에도 애를 먹었던 주식 투자는 각종 불공정행위에 더욱 실망해 포기했다. 대신 2천만원으로 주상복합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6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더 이상 주식에 미련은 없다. ▲대우증권 고객 `군머니'(필명)= 시장이 폭락세로 돌변하면서 1월 장은 물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전 저점보다 아래인 지수 520 추락 얘기가 나온다.추가 매수를 감행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골이 깊을수록 뫼는 높다'는 말을 믿어야 할지, 주식투자에서는 `고집쟁이보다 변덕쟁이가 낫다'는 말을 들어야 할지 갈등이다. 준비한 실탄이 오히려 자살용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일단 장전을 해 본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