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국 증시 성적표는 한마디로 말해 낙제점이다. 마지막 거래일인 구랍 31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소폭 상승하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내렸지만 일반 우량주의 상승세도 한해의 낙폭을 줄이기에는 너무 미약했다. 지난해 다우존스 지수는 16.8%, 나스닥 지수는 31.5%, S&P 지수는 23.4%가 각각하락했다. 이로써 미국 증시는 2000년과 2001년에 이어 3년 연속 내리막길을 달려온셈이 됐다. 3년 연속 하락은 미국 경제가 대공황의 여파로 허덕이던 1939-1941년 이후 60여년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자체만을 놓고 보더라도 뉴욕 증시의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역사가짧은 나스닥은 예외로 하더라도 다우존스 지수는 1974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을기록했고 S&P 지수 역시 1977년 이후 가장 낙폭이 컸다. 특히 `산타 랠리'라고 불리는 연말 상승세가 보편적 추세였던 것과는 달리 12월다우존스 지수는 6.2%나 미끄러져 대공황의 충격파가 절정에 달했던 193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지수에 편입된 30개 대형 우량주 가운데 한해를 상승세로 마감한 종목은 제너럴 모터스(GM)와 코닥 이스트먼, 프록터 앤드 갬블(P&G)단 3개에 불과했다.합격점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가 낙제를 한 셈이다. 60년 전과는 달리 대공황과 같은 경제 재앙이 없었으면서도 3년 연속 증시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상승 반전의 한해가 될 수도 있었던 올해 악재가 잇따랐던것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부침은 있었지만 낙폭은 그리 크지 않았고 충분히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월드컴을 시작으로 잇따라 터져나온 기업 회계부정 추문은 주가를 곤두박질치게 만들기에 충분한 대형 악재였다. 미국 경제의 부진, 특히 기업실적의 회복 지연과 기업투자 위축은 당연히 주가의 약세로 이어졌다. 미국경제를 떠받드는 기둥 역할을 해온 소비자들 역시 실업과 전쟁 우려로 소비를 줄여 증시는 기댈곳이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여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라크와의 전쟁 논의는 국제정치 지형에먹구름을 드리우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막판에는 북핵 사태가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 셈이 됐다. CIBC 월드 마켓츠의 수보드 쿠마르 사장은 "2002년 한해 동안 투자자들이 경제와 정치에 대해 우려했던 것은 분명하며 이는 주식보다는 채권이나 금, 부동산으로투자자금이 몰리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2002년이 악재로 점철된 한해였다면 더이상 나쁠 것이 나올 가능성이 낮은 2003년은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분석가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증시 전문 사이트인 CBS마켓워치 닷컴은 분석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2003년 미국 증시가 8.5%에서 20%의 상승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링턴 리서치의 앨릭샌더 파리스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4년 연속 하락한 것은1929-1933년이 마지막이었다"면서 "현재 상황을 아무리 비관적으로 보더라도 대공황이 휩쓸었던 당시와 비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