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전자거래시장(ECN)이 26일로 `유명무실'한 출범 1년을 맞는다. ECN은 가격 변동이 허용되지 않은 가운데 정규 시장 거래규모의 1.5% 수준을 예상하고 지난해 12월27일 출범했으나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 채 시장의 기능을 상실하다시피 한 상태다. 내년부터 정규 시장 종가기준 상하 5% 범위 내에서 가격 변동이 허용될 예정이어서 활력을 기대해 본다. ◆ 기능 상실의 시장 지난해 6월 국내 32개 증권사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자본금 256억원으로 출범한한국 ECN증권은 같은 해 12월27일 ECN을 개장했다. ECN은 KOSPI200 종목과 KOSDAQ 50 등 250개 종목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가격변동의 메리트가 없어 소규모 거래에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개장 후 지난 23일 현재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48억원으로 거래소시장의 0.01%에그치고, 거래량은 19만주로 거래소시장의 0.0002%에 불과했다. 종목별로 거래소종목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18만주, 거래대금은 42억원이었으며 코스닥종목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8만5천주, 거래대금은 6억5천만원이었다. 3월 결산 법인인 한국ECN증권은 2002회계연도 11월말 누적 영업수익은 4억7천만원이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개미와 하이닉스만의 리그 그나마 하이닉스반도체 위주로 개인투자자(개미)만이 독주하는 거래가 이뤄지면서 명맥을 어렵게 유지해 나갔다. 23일 현재 하이닉스의 누적 거래량은 3억7천361만주로 총 거래량의 78%를 차지했고 누적 거래대금은 2천737억원으로 전체의 23%에 달했다. 종목별로 하이닉스에 이어 미래산업(662만주) 신원(475만주) 신성이엔지(365만주) 아남반도체(346만주)순이었고, 거래대금은 삼성전자(1천737억원) 삼보컴퓨터( 232억원) 아남반도체(216억원) 국민은행(215억원)이 뒤를 이었다. 투자자별 거래비중은 개인투자자가 월평균 99.06%를 차지했고 외국인 0.76%, 기관 0.17% 수준이었다. 250개 종목 가운데 거래가 성립된 종목은 월평균 153개였다. 이 때문에 한국ECN증권은 전 종목으로 거래 대상을 확대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가격변동 효과 기대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매매거래가격 제한을 풀어 정규시장 종가 기준 상하 5% 범위 내에서 30분 단위로 주문을 집중해 체결하는 방식을 허용한다는 증권거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는 종가만으로 주식을 매매함으로써 투자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일일 거래대금도 40억원대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대한 개선책이다. 미국은 매매가와 매매시간에 규제가 없으며 일본은 매매시간에 대한 규제는 없으나 매매가는 최고 상하 7%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투자 유인과 거래규모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증권업계와한국ECN증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변동을 일부 허용하면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러나 가격 변동에 따른 부작용 등을 예방하는 관리기능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