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침몰하던 뉴욕증시를 금융주들이 살려냈다. 월가의 큰 골칫거리중 하나였던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의 이해상충 문제가 뉴욕 검찰과의 합의로 끝을 맺은 것. 투자은행들은 이해가 엇갈리는 보고서가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것을 더 이상 문제삼지 않는 조건으로 14억달러를 정부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일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으며 2주 연속 하락하는데 그쳤다. 다우지수는 0.9% 오른 8,511.32를 나타냈고 S&P500은 0.7% 상승한 895.75를 기록했다. 나스닥도 1.363.05로 0.05% 오르는 강보합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난 금요일의 뉴욕증시가 주식옵션, 주식지수선물 및 지수옵션, 개인 주식선물 등 네 가지가 동시에 만기인 '쿼드러플 위칭데이'였음에도 대량 거래가 이뤄지면서 주가가 상승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충분한 매수세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이행상충' 문제가 사라진 월가에서는 이제 이라크전쟁이 가장 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단기적으로 낙관적인 편이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낀 주에 전쟁이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 주 후반부터 이라크문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강성발언이 조금씩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지난 주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무기자료들은 정확하거나 완전하지 않다며 이는 명백한 유엔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으나 이 말이 미국의 즉각적인 군사대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발 빼기도 했다. 물론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면서 금값이 폭등하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전쟁우려가 높아지지 않더라도 주가가 급등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연휴기간은 전쟁을 몰아낼 수 있지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뉴스도 찾아보기 힘들 것"(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빌 설리반)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미국증시는 24일은 오전 장만 열리고 25일은 휴장한다. 또 27일 대부분 증권사들은 올 한 해 업무를 마감할 예정이다. 이번 주에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는 24일 예정된 11월 내구재동향 보고서. 제조업 동향과 신규 장비에 대한 기업 투자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이 보고서 내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전월 2.4% 뛰어올랐던 내구재생산이 0.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요일인 27일 발표될 미시간대학 12월 소비자감정지수도 연말연시 증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말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소매업종 주식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DVD 선물 급등현상'에도 불구하고 DVD 판매업체인 블록버스터 주가는 39% 폭락하고 최대 서점 및 게임기구 판매업체인 반스앤노블도 22% 급락했다. 반면 뉴욕 검찰과의 합의로 한시름 놓은 금융주는 급등, 씨티그룹은 6%, JP모건체이스는 5.3% 상승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