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주 < 대우증권 전문위원 > 어떤 사람은 이 제목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주식시장이란 짧은 시간 안에 별 노력없이 몇 배의 돈을 벌 수 있는 투기장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런 이상한 시장을 만들었을까. 만약 주식시장이 잘못 운영되면 1997년 말과 같은 외환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 말을 믿을까. 우리가 은행에 저축하면 은행은 통장(약속 증서)을 준다. 은행은 이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빌려준다. 정부는 이런 저축을 미덕으로 장려한다. 은행이 내가 맡긴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저축한 돈에서 이자만 많이 나오면 된다. 그럼 개인이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 또는 수익을 얻는 것은 어떨가. 예를 들어 개인이 어떤 회사의 주식(약속 증서)를 받는 대신 회사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가. 저축의 경우는 은행이 중간에서 이자 차이를 챙기는 것이고 주식투자는 중간 상인(은행)없이 직거래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저축은 바람직하고 정상적인 일이며,주식투자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생각하지만 가계의 저축이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흘러간다는 측면에서는 둘 다 같은 기능을 한다. 당연히 저축과 주식 투자는 차이점이 있다. 저축을 많이 하는 독일이나 일본은 은행이 기업에 자금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며,주식투자가 중심인 미국은 증권시장이 기업에 자금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혹시 돈을 돌려 받지 못할까 회사의 상태를 파악하듯이 증권시장에서도 당연히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를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좋은 회사의 주가가 올라가고 나쁜 회사는 주가가 떨어져야 한다. 은행이 기업의 실력을 구분하는 일을 주식시장에서는 투자가들이 직접 한다. 그러므로 증권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정확하게 평가되려면 회사에 일어나는 중요한 경영사항이 모두 시장에 공개돼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중요 정보를 시장에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증권회사는 이를 분석해 투자자의 판단을 도와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가들은 이런 정보를 보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투자하게 된다. 만약 질이 좋지 못한 회사의 주가가 올라가고 투자자의 돈이 이런 회사로 들어가고 반대로 질이 좋은 회사의 주가는 떨어지고 이 회사로는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전체 경제는 당연히 성장 속도가 떨어질 것이다. 이것은 마치 은행이 부실한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번 외환위기의 한 원인은 금융시장이 가계가 저축(투자)한 돈을 잘못 배분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증권금융기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회사의 주식 가격이 그 회사의 실력에 맞게 시장에서 평가 받도록 유도하는 일이며 투자자는 회사의 실력을 기초로 주식의 가격을 평가해 투자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증권시장이 갖는 또 한가지 중요한 기능이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의 이익이 늘어난다.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이것을 기초로 그 회사의 주식 가격도 올라간다. 즉 주식투자는 개인이 경제성장의 열매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은 은행에 저축해서 나오는 이자에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의 위험을 각오하고 저축 중의 일부를 앞으로 좋은 회사에 투자하면 개인도 경제 성장의 일부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된다. 좀 더 큰 위험을 각오한다면 벤처 회사에 투자할 수도 있다. 아무도 위험이 높은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면 모험의 성격이 강한 미래 성장형 산업은 발전하기 어렵다. 투자에 성공한다면 이것은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는 위험을 진 대가다. 주식시장이 자본배분의 기능,경제성장의 분배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아야 하는데,여기에는 불가피하게 투기적인 성격이 따라붙게 된다. 투자가들은 좋은 회사에 투자해서 그 회사 성장의 열매를 같이 나누어 갖는다는 주식투자의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sazuha@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