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들은 올 한햇동안 무려 2천여개의 펀드를 새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론 펀드의 대형화·장기화를 외쳤지만 안으로는 소형화·단기화를 투신사 스스로 부추긴 셈이다. 19일 투신협회에 따르면 32개 투신사들은 올들어 모두 2천1백33개의 펀드를 새로 설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투신사들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비(非) 표준약관 제정건수가 9백47건에 달했다. 이는 기존 펀드의 후속타로 내놓은 시리즈 펀드를 제외한 신상품만 9백47개가 나왔다는 뜻이다. 유형별로는 주식형 1백12건,혼합형 4백82건,채권형 2백68건,MMF 11건,기타 14건 등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설정과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기획상품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투신사들이 연초에 내걸었던 펀드 대형화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투신권은 저금리 및 증시침체 등으로 투신사 상품(채권형·주식형 펀드)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반짝 아이디어'를 동원한 단발성 상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실제 대부분의 투신사들은 신상품을 선보인 뒤 3백억∼4백억원 정도만 모이면 추가로 돈을 받지 않고 기존 상품을 조금 변형시킨 뒤 새 상품을 내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회사별로는 삼성투신의 신규펀드 설정건수가 2백13개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제일투신(1백78개) 대한투신(1백72개) 한국투신(1백34개) LG투신(1백22개) 동양투신(1백1개) 등의 순으로 대형사들이 백화점식으로 신상품을 쏟아냈다. 투신권의 이같은 신상품 남발은 펀드의 효율적인 관리를 저해할 뿐 아니라 상품 선택에 대한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겨 간접투자시장의 정착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 초 자산운용통합법이 제정되면 펀드의 외부감사,펀드간 합병 등을 통해 펀드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