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대형 미수사고가 주가조작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의 주가조작은 그동안 소문만 떠돌았을 뿐 실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감독당국의 조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의 취약한 내부통제시스템과 무분별한 약정경쟁 관행이 최우선적으로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고의 재발가능성을 사전봉쇄하기 위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신용도와 거래실적 등에 따른 기관들의 증거금 차등 적용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배경


이번 사고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 해외현지법인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뒤 자금을 결제하지 않은 '미수사고'다.


이번처럼 외국인에 의한 초대형 사고는 극히 드문 일이다.


미수사고를 낸 외국인 계좌는 OZ capital,MHINT,ORIENTAL,LM(BVI) 등 총 12개다.


이들은 LG투자증권 홍콩현지법인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 1천7백억원어치(48만주)를 매수한 뒤 자금을 결제하지 않아 1백24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대신증권도 22억원의 손실을 봤다.


대신증권측은 증거금 없이 주식을 매수한 뒤 바로 팔아 손실을 본 것이기 때문에 매수대금을 입금하지 못한 미수사고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이들 외국인이 주가급등락이 예상됐던 지난 12일을 전후 한국의 대표주식인 삼성전자를 대거 매입한 배경에 대해 이른바 '단타'를 이용한 매매차익을 노리다가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외국인 주가조작 포착


더 큰 문제는 대형 미수사고를 낸 외국인들이 코스닥 등록기업인 가야전자의 주가조작에 나선 것으로 확인돼 감독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점.


LG증권에서 1천7백억원대 미수사고를 낸 외국인 투자자중 7명은 가야전자 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은 지난 8월 이후 시세조종을 한 혐의가 코스닥위원회에 의해 적발됐다.


지난 8월6일이후 외국인은 가야전자 지분을 늘려갔고 이 과정에서 주가도 급등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가야전자에 대한 감리 결과 외국인 투자자가 단기간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집하면서 주가가 두배로 뛰는 등 시세조종 혐의가 있어 금감원에 넘겼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문제의 외국인들이 다른 코스닥 종목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시세조종에 대한 조사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허술한 내부통제


이번 사고는 국내 증권사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과도한 약정경쟁때문에 발생했다는게 금감원과 증권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약정을 너무 의식해 해외 기관투자가나 헤지펀드에게 일방적으로 거래편의성을 제공하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 기관투자가라도 거액의 주문을 낼 때는 결제능력 등을 먼저 검토하는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서면으로 신고만 하면 된다"면서 "등록과정에서 외국인을 가장한 내국인인지를 정확하게 밝혀내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신용도에 따른 증거금 차별화 등을 강력히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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