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투자.대신증권이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기관고객계좌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해 두지 않아 대규모 미결제 사고를 자초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대신증권은 문제가 된 역외펀드와 주먹구구식 거래를 해왔고 역외펀드가 대규모 매수주문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위탁증거금을 받지 않는 안일한 영업관행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계좌, 리스크 관리에 '구멍' 금융감독원은 현행 규정상 위탁증거금 징수기준이 업계 자율로 돼있지만 펀드당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매수주문을 받고도 위탁증거금을 징수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우증권에서 기관계좌도용사건이 발생한 후 증권사의 기관계좌관리에 허점이 노출됐다"며 "기관 신용도에 따라 증권사에 위탁증거금을 차등징수할 것과 대규모 매수주문(기관 100억원, 개인 10억원)에 대해서는 증거금을 받도록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탁증거금 제도는 매매결제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자율로 이를 정한다 하더라도 리스크 관리에는 철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LG투자증권 홍콩현지법인은 역외펀드가 11∼13일 모두 12개 계좌를 통해 삼성전자 주식 1천700억원어치(47만8천690주)를 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증거금을 받지 않았다. 또 대신증권의 추정손실액도 22억6천300만원으로 집계돼 마찬가지로 주문액이 100억원대에 달한다는게 금감원의 추론이지만 대신증권측은 한반도 증거금을 징수하지 않았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계좌당 주문액이 100억원을 넘으면 증거금을 징수하거나 기관주문의 진위를 체크하는게 정상"이라며 "펀드의 경우 설정기간을 체크하고기관투자가라고 하더라도 정기적인 신용조사를 통해 거래한도액을 설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증권사는 1년이상 거래를 해온 고객으로 큰 문제가 없었던데다 나름대로 신용도를 체크하고 있었지만 증거금을 징수하거나 거래액을 제한하는데 영업관행상 곤란한 면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처럼 미결제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약정수수료 위주의 영업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결제 사고가 나더라도 대규모 매매주문을 통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게 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며 "수익만 남는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는게 업계의 현실"이라고 고백했다. ◆외국인.증권사 증시감독체계 '허술'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에 등록만 하면 가능하고해당 국가 재무장관의 확인서라든지 까다로운 확인절차는 필요치 않다. 금감원은 단지 서면으로만 신고를 받도 등록을 시켜주기 때문에 서류상의 회사일 뿐인 페이퍼 컴퍼니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인이라도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하는 것은 쉬운 일이고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되면 활동현황을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지난 8월 대우증권 기관계좌 도용사건이 발생한 이후 신용도에 따라 증거금을 받는 방안과 기관투자가의 경우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만 거래하는 방안을권고했지만 이를 도입한 증권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LG.대신증권은 일체의 증거금을 받지 않았을 뿐더러 문제의 역외펀드가 LG투자증권 홍콩법인을 통해 삼성전자 매수주문을 냈을 때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온라인 거래를 했다. 전문가들은 고객확보와 약정늘리기를 위해 증권사들이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업계자율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도를 지나친 영업관행을 없애기 위해 감독당국의 정기점검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