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디플레 우려가 13일 달러화 가치를 추락시켰다. 미 노동부는 이날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대비 0.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던 생산자물가가 오히려 떨어지자 디플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가치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러나 달러가치의 급락에는 일부 투기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외환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달러가 일시에 급락했기 때문에 하락세 지속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디플레 가능성 고조=미국의 11월 생산자물가는 지난 5월 마이너스 0.4%를 나타낸 이후 6개월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하락과 자동차 및 컴퓨터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물가가 크게 내렸다. 이와 관련,CNN머니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디플레 악령(deflationary beast)'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 경제 상황은 1980∼90년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던 일본경제의 모습을 빼닮았다는 분석도 담고 있다. CNN머니는 그 근거로 주식·부동산시장 버블 형성,가계부채 급증,기업투자 부진,노동생산성 증가에 따른 낮은 물가상승 등을 들었다. ◆달러약세 단기간에 그칠 듯=외환 전문가들은 달러약세 현상이 길어봤자 1∼2주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보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하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일본의 경우 수출확대 정책을 통한 경기 회복과 디플레 해소를 위해 엔저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도 미국 경제는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유럽은 1.8%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달러가치는 내년 중반께면 유로당 0.95달러 정도에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들어 달러는 유로보다 가치가 떨어져 유로당 1.01~1.02달러를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