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증권사인 건설증권의 자진 청산방침은 증권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건설증권 사례를 국내 증권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영업력이 떨어진 증권사는 퇴출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대형화에 이어 증권업계도 본격적인 퇴출과 합병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 건설증권 청산 배경 =건설증권은 금융감독원이 설정한 영업용순자본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경영 악화로 영업용순자본비율(1백22.9%)이 떨어져 금감원의 경영개선권고(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건설증권은 증자(자본금늘임)와 폐업 두 가지중 후자를 택했다. 증권사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증자를 통한 경영정상화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설증권의 위탁매매(약정) 점유율은 2000년 초만 해도 0.1%대였지만 올들어 9월 말에는 0.03%로 떨어졌다.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와 2001회계연도(2002년 3월말 기준)에는 11억원과 6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000년(2001년 3월말 기준)에는 1백6억원의 적자를 냈다. 수수료 인하경쟁과 온라인증권사의 등장 등으로 더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위탁매매 수수료 위주의 수익구조를 가진 증권사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입증한 첫 사례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건설증권의 전격적인 청산결정은 현재 증권업계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업계 구조조정 가속화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합종연횡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개편의 중심에는 현투증권 현투운용 현대증권인 현대 금융3사와 대우증권 대투증권 한투증권 등이 있다. 현대금융3사의 경우 정부와 매각협상을 벌이는 푸르덴셜측이 현투증권과 현투운용만 인수한다는 방침이어서 현대증권은 국내사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증권도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투와 한투증권의 합병설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에 눈독을 들이는 대형은행이 나타나는가 하면 은행 보험에 수익증권 판매를 허용하는 등 업계 여건도 급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장외파생상품과 원금보존형 주가연계채권(ELN) 등 신상품 취급을 대형사 위주로 허용해 주는 등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하나은행도 증권사 인수의사 계획을 표명했었다. 국민은행은 내부적으로 중소형 증권사나 온라인전문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물밑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와 서울증권 등도 한때 합병성사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