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내년 상반기까지의 증시를 '약세장'으로 전망한다. 종합주가지수가 올 상반기 940~780대로, 하반기 들어선 580~800대로 움직였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520~770선에 머물 것으로 내다본다.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전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가 약세장을 예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점차 하락하는 등 '이익의 질(Earnings Quality)'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 박 상무는 이같은 시기에는 시장 지배력이 높은 1등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꼽는 유망 투자대상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포스코 농심 태평양 등이다. ◆ 하락하는 기업 이익의 질 =박 상무는 "기업의 이익은 매출액에서 시작하는 만큼 이익의 질을 따지려면 매출액 증가율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한다. LG증권이 1백18개 상장기업(제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0년 25.2%에 달했던 매출액 증가율은 △2001년 5.1% △2002년 9.6%(추정)로 낮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 매출액이 10∼20% 고성장하던 시대가 끝나고 2001년부터 저성장기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 이익이 매출액 성장 없이 구조조정에 의해 늘어난다면 곧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고성장기에는 PER(주가수익비율)를 기준으로 주가를 산정했으나 저성장시대엔 PER가 아닌 PSR(주가매출액비율)를 따져봐야 한다"는 박 상무는 "PSR를 기준으로 종합주가지수를 예상해볼 때 내년 상반기까지 770∼520대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매출액 성장률은 5.4%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대기업이 투자를 꺼리는데다 가계소비도 은행의 대출 억제와 부동산값 상승의 한계로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수출은 달러화 가치가 가장 큰 변수인데 미국 연방기준금리가 1.25%로 낮아지면서 달러화가 해외로 몰려나오고 있어 약세가 예상된다. ◆ 독과점 기업에 투자 =매출액 증가가 정체될수록 기업간 경쟁은 치열해지게 마련이다. 박 상무는 향후 기업들이 매출액 확대를 위해 경쟁, 인수합병(M&A) 등을 거쳐 1등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살아남은 기업은 독과점적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가격결정권을 가지게 돼 수익성이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박 상무는 일례로 농심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스낵값은 못 올리지만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라면의 가격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지배력이 뛰어나고 현금을 많이 보유한 1등 기업 주식을 사면 시장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