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합병이 주주가치를 높이지 못한데다 시너지 효과마저 없어 기대치에도 못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메리츠증권 구경회.박민진 애널리스트는 4일 '은행합병은 필수인가' 보고서에서 은행합병은 수익성을 높이는 좋은 전략이지만 국내 은행합병의 사례에서 특별한 수치상의 개선효과를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합병은행 주가를 은행업종 지수등락률과 비교했지만 은행합병이 주가상승을 불러온다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합병후 업종지수보다 5.3%포인트 오르는데 그쳤고 하나은행은 28.4% 포인트 초과상승했지만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간 가격차 확대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신한.하나.한미로 구성된 우량은행 지수의 은행업종 대비 초과상승폭은 105.9%포인트로 하나은행의 초과수익률은 다른 우량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은행이 합병을 통해 자금조달비용 절감, 효율성 개선, 시장지배력 강화, 시너지 효과 등을 얻을 수 있지만 하나.우리.국민은행의 합병전후 데이터를 비교하면 국민은행의 시장지배력 획득을 제외할 경우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97년과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하나.우리은행의 원화예금금리는 각각 5.4%포인트, 3.8%포인트 하락했지만 다른 은행도 평균 4.0%포인트 내려 조달비용이 절감효과가 없었다. 효율성 지표인 '판매관리비/이자이익'도 하나.우리은행이 각각 7.8%포인트, 41.7%포인트 개선됐지만 은행권 평균(54.7%포인트)에도 못미쳤다. 이처럼 은행 합병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합병에 수반되는 구조조정이 미흡했고 매력적인 합병조합을 구성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97년말과 올해 6월말을 기준으로 인원과 점포수를 비교해봐도 합병은행과 비합은행은행 사이에 큰 차이점이 없었고 국내 합병은행 대부분이 합병의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색깔이 비슷한 은행끼리 합쳤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하나.서울은행 합병은 법인세 감면으로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할 경우 효율성 저하,임금상승에 따른 비용증가로 성공적인 합병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은행간 합병이 각종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증권.보험업종 등 다른 업종과의 인수.합병(M&A)전략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영업리스크 축소와 사업다각화, 시너지효과 등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