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강력한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증시는 지난 10월 이래 상승을 이끌어온 모멘텀이 희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외국인 매수세를 바탕으로 쉼없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에는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나 투자심리도 등 과열신호 등을 감안할 때 숨고르기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증시는 그러나 하방경직성을 발판삼아 ‘오버슈팅’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순환상승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꿋꿋한 오름세와 외국인 매수세의 지속성 여부가 관건이다. 상승 추세가 굳어지고 있는 만큼 조정 시 매수 관점을 유지하면서 업종별 ‘키맞추기’ 흐름에 동참할 시점이다. 본격적인 강세장 진입과 관련된 증권주나 코스닥 테마종목 위주의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 삼성전자, 고점 올리나 = ‘대장주’ 삼성전자가 40만원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1거래일 동안 단 한차례의 하락도 허용하지 않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증시 상승에 안전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1일 동안 삼성전자는 11.9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10.42% 올랐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중순 선도주로 부상하며 급등한 탓에 최근 상승폭은 종합지수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DDR 등 반도체 가격 하락을 딛고 강세를 연장하면서 업종별, 종목별 순환상승 확산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안정감을 제공하면서 수익률 메우기 작업이 활발히 전개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40만원을 넘어 지난 4월 2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43만2,000원을 경신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 고점을 돌파할 경우 집중과 분산의 선순환과 더불어 종합지수 750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대를 돌파한 삼성전자의 추가 상승은 이번주 말 발표되는 인텔의 실적전망과 4/4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4분기 실적을 상회하는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고점에 대한 부담을 드러낼 것이라는 얘기다. 대우증권 정창원 팀장은 “반도체와 핸드폰의 내년도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인텔과 노키아의 실적 예상치가 상향조정되고 있어 반도체 가격 하락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이라며 “조정이 있더라도 전 고점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GI증권 한창헌 선임연구원은 “당분간 지수 안정성에 바탕을 둔 종목장세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40만원, 종합주가지수 750선까지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그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메릴린치증권은 내년 휴대폰 판매전망을 상향하며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예상 핸드셋 출하량을 높여잡았다. 영업이익 예상치도 상향 조정했다. 메릴린치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70만원을 유지했다. ◆ 외국인 매수세가 관건 = 외국인이 매수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이틀간 뉴욕증시가 조정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어 기조적인 매수우위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0월 11일 종합지수가 저점을 형성한 이래 거래소 시장에서 무려 3조원 가까운 매수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팔자’우위를 지속하며 5조4,151억원 어치를 처분, 추세적인 하락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주식을 사는 이유가 분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나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서 IT관련주를 중심으로 비중을 키우고 있다는 원론적인 견해가 대부분이다. 다만 분위기는 호전되고 있다. 뉴욕증시가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 자금이 3주만에 순유입을 기록하는 등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 달러화 강세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주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기다리고 있다. 최근 입질을 시작한 현대차, 삼성전기 등 수출관련주에 대한 추가적인 외국인 매수세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이 삼성전자 중심의 편식에서 벗어나 악재가 대부분 노출된 국민은행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이 반도체와 함께 국내증시의 쌍두마차인 은행주를 본격적으로 매수할 경우 예상보다 탄력적인 시나리오도 그려진다. 현대증권 박상욱 시황팀장은 “기관이 매수여력에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외국인의 매수세 지속성 여부가 유동성 보강의 최대 관건”이라며 “뮤추얼펀드 자금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이번주까지는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세계 이메징마켓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인 GEM의 한국 시장 편입비중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한국 비중보다 낮아 외국인이 추가적인 매수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