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맞았다. 연말을 앞두고 시장은 정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돌발적인 시장 변수가 출현하거나 보이지 않는 수요나 공급이 불쑥 등장하지 않는다면 연말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박스권' 장세라는 점이다. 이번달 환율(12.2∼12.31)은 무엇보다 지난달 박스권을 형성했던 1,200∼1,220원에서 위아래로 10원 이상 크게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 흐름보다 두드러진 변수가 없어 수급에 의해 좌우되는 장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무역 흑자가 당초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현대상선 관련 물량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랠리와 함께 외국인의 주식매매가 '사자'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도 12월 공급요인을 강화할 명분이 된다. 이와 함께 결제수요도 만만치 않다. 시장 참가자들에게 '1,200원은 싸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고 경계감도 짙다. 연말을 앞두고 로열티, 송금수요, 충당금수요 등 계절적으로 달러를 필요로하는 움직임도 예상된다. 달러/엔 환율은 12월 큰 폭의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달러 강세를 유도할 것으로 보이나 엔에 대해 124~125엔을 웃도는 양상은 없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수급과 달러/엔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아직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한 가운데 '암중모색'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 박스권 탈피, 역부족 = 한경닷컴(www.hankyung.com)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월중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94.69원, 고점은 1,224.25원으로 집계됐다. 연말 환율의 평균은 1,212.31원. 지난 11월 장중 저점인 1,197.80원, 고점인 1,227.00원에서 각각 소폭 하향한 수준. 전반적으로 위아래가 제한된 박스권이 연장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9명이 '1,190∼1,195원'을 저점으로 지목하고 1명이 '1,18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점쳐 10명이 1,200원 하향 시도를 예상했다. 반면 5명의 딜러가 '1,200원', 1명이 '1,205원'을 하락의 한계로 전망, 1,200원에 대한 지지력을 인정했다. 위쪽으로는 7명의 딜러가 '1,225∼1,230원'을 고점으로 1명이 '1,235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지목, 1,220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6명의 딜러가 '1,220원'을, 2명이 '1,215원'을 상승의 한계로 전망, 여전히 1,220원은 강력한 저항선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 참가자간의 예상 거래 범위에 큰 편차는 없지만 위와 아래, 방향에 대해서는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공급 요인에 초점을 둔 참가자들의 경우 1,200원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 하단, 반면 계절적 수요 등 향후 환율 상승에 무게를 둔 참가자들은 박스권 상단에 마음을 두고 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뤄지고 있는 형태. ◆ 11월 동향 = 지난달 환율은 큰 움직임이 없었다. 월초 보합 움직임에 이어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 등 물량 압박을 배경으로 차츰 하락세를 보인 환율은 중순 접어들어 1,200원에 대한 테스트에 들어서 11일 장중 1,197.8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그러나 달러/엔의 추가 하락이 주춤하고 수급상의 뒷받침이 부족한 탓에 환율은 1,200원에 대한 바닥 인식을 공고히 다졌다. 이후 달러/엔의 반등 움직을 타고 1,210원대로 올라선 환율은 후반들어 다시 물량 부담 등으로 1,200원대로 복귀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 등이 하락 압력을 가했으나 의외로 강한 정유사 결제수요 등이 시장을 떠받쳤다. 시장은 월말 접어들면서 전반적으로 1,200~1,210원의 박스권을 형성한 채 횡보한 끝에 1,208.80원에 11월을 마무리했다. ◆ 공급 요인 풍성 = 무엇보다 현대상선 관련 물량의 출회여부가 관심사다.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부문은 유럽계 해운사 발레니우스, 빌헬름센과 현대차 등이 합작으로 설립한 로로코리아로 자산 이전절차가 거의 마무리됐다. 12월 2일 EU측의 반독점 심사가 최종 판가름난다. 별 이상이 없으면 매각대금이 3일께 입금될 것으로 보이며 총 15억달러 가운데 선박금융 2억달러를 제외한 13억달러가 현대상선에 전달된다. 현대상선에서 이를 어떻게 어떤 규모로 조절할 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일단 1억달러 정도를 남겨놓고 전액 금융권 부채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며 채권단 협의를 거쳐 매각대금 통화를 달러로 받아 환전할 경우 시장 압박요인이 상당하다. 시장에 알려지긴 했으나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잠재된 상태다. 이외에도 17일께 예상된 삼성카드의 1억5,000만달러 해외채권 발행 등 각종 달러 공급요인이 진을 치고 있다. 다만 14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추진했던 하나로통신은 파워콤 인수가 물건너감에 따라 다소 유동적인 상태가 됐다. 외자 유치는 지난달말 하나로통신은 "외자 도입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운신의 폭은 그리 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1월 수출은 5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한 데 이어 월간 사상 최고 실적인 153억2,200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1%가 늘어난 수치이며 하루평균 수출액도 3개월 내리 6억달러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는 11월말까지 1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올해 무역흑자만 110억달러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화예금도 최근 차츰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라 연말 원화자금 수요에 따라 출회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증시 랠리 등에 따른 외국인 주식매매의 '사자'강화도 시장에 공급 압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 계절적 수요 '맞장' = 12월, 전통적으로 연말이라는 계절적 수요의 등장이 공급과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폭발적이었음에도 정유사 결제수요 등이 꽤 많이 유입, 환율 하락을 적극 방어했다. 외국인 주식자금에 의한 환율 하락 압력이 약화될 공산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또 1,200원에 위치한 시장 참가자들의 강한 경계감과 로열티, 충당금 등 계절적인 달러 수요가 시장 물량을 흡수할 수 있다. 오히려 외국인의 주식순매수가 11월처럼 많지 않으면 수요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연말까지 재정경제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1조원을 예정대로 발행키로 해 수급 불균형이 생길 경우 이를 맞춰갈 수 있게 됐다. 달러 공급에 의한 환율 급락이 제한될 수 있는 요인. 시장은 무엇보다 투기성 거래보다 업체 실수에 기반한 거래에 충실할 전망이다. 역외세력은 이미 결산을 마무리한 곳이 꽤 많은 데다 국내도 외국계은행들의 참여가 다소 느슨해지는 시기다. 수급상황에 초점을 맞춘 거래가 예상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