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남중수 재무실장(전무)은 자신을 '투 웨이 커뮤니케이터(two-way communicator)'라고 부른다. 회사의 경영상황을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한편 투자자들이 회사에 하고 싶은 말을 경영진에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CFO로서 자신의 임무라는 얘기다. 남 실장의 이같은 CFO 역할론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일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KT는 1천주 이상 주식을 보유한 4천8백명의 일반투자자에게 e메일이나 우편 등을 통해 회사의 재무실적이나 기업뉴스, 언론보도 내용 등이 담긴 투자 소식지 '투자자 정보'를 분기별로 발송하고 있다. 또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웹사이트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투자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기업 내용에 대해선 오해를 풀어주기도 한다. 이른바 핵심 블루칩 기업중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가 아닌 '개미군단'에 정기적으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KT가 유일하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의 기업지배구조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소액주주의 권익 침해입니다. 지난해 1월 재무실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소액 주주들에 대한 정보제공 채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할 때 남 실장이 모토로 삼는 것은 '신뢰'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아야 하고 이미 한 약속은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회사의 자랑거리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설명해 줘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투자자들이 고려해야할 리스크도 솔직이 인정해 줄때 비로소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남 실장의 이같은 IR관은 KT의 민영화 과정에서 톡톡히 한몫을 했다. KT는 통신주가 전세계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 1년6개월만에 59%의 정부 지분을 국내외 기관투자가에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6월 5천5백만주(17.8%)를 해외 DR로 발행할 때는 일본의 NTT도코모나 영국의 보다폰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인정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분 3%(6천4백60억원)를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인수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역대 해외투자에서 최대규모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KT가 지난 8월말 자사주 1%를 장내 매입한 뒤 9월초 소각한 것에 대해 '약속을 지켰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6월 해외 DR 발행을 추진할 때 해외 유명 기관투자가들의 첫 반응은 '한국기업이 또 떠드는군'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 등을 본 뒤 KT 경영진을 1백% 신뢰하게 됐다는 말을 하더군요. 제 가슴에 가장 소중히 남는 것은 '신뢰'라는 말입니다." KT의 경영혁신 과정도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KT는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이나 활동원가시스템(ABC)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은 회사 내부적으로는 업무 과정을 단축시키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회사의 경영 현 주소와 수익 구조를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투자자들에게 알릴수 있게 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도 낳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