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종합주가지수는 좁은 박스권의 최상단에 올라섰다. 대여섯차례에 걸친 실패후에 마침내 60일 이동평균선 위로 쳐들었다. 이날 시세판은 거의 전업종이 오르며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한 겉모습이 크게 퇴색된다는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지수 상승의 견인차가 프로그램 매수세였기 때문이다. 1천1백억원어치의 프로그램 매수가 나오면서 지수가 기계적으로 올랐을 뿐이다. 시장체력이 좋아진 기미는 없다. 오히려 외국인투자자는 6일만에 순매도로 나섰다. 외화내빈인 셈이다. 지수의 방향성을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운 속사정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스권을 뚫을 것인가=차트로만 보면 긍정적이다. 우선 지수가 박스권(620~680) 상단에 안착했다. 저점이 높아지면서 또 두터워진다는 뜻이다. 동원증권 리서치센터 강성모 팀장은 "호재도 없지만 새로운 악재를 찾기 어려운데다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기업실적이 연착륙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향 돌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반등장세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거래대금이 늘지 않고 있는 게 부담이다. 고객예탁금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의 체력이 지수를 끌어올릴 만큼 충분히 보강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오현석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주가상승은 60일선 돌파에 의미를 둘 수 있지만 프로그램매수에 힘입었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결국 미국시장 향배에 따라 지수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로그램장세 지속되나=전문가들은 당분간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잔고가 거의 없어 주식을 매수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 사들인 물량으로 연말배당을 받기 위해선 12월 만기일에 정리하지 않고 내년 3월까지 끌고갈 공산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 오 선임연구위원은 "프로그램 물량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아 기간을 연장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연말배당을 받기 위해 물량정리를 내년 3월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수의 급락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미국시장이 키를 쥐고 있다=최근 외국인의 매수세는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일변도에서 매수대상을 넓혀가며 두달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펀드의 물량교체와 맞물리면서 그동안 많이 팔았던 종목에 대해 편입비율을 맞추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시지않고 있어 대량매수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스권을 상향 이탈하느냐 여부는 미국시장이 안정돼 외국인의 매수세에 불을 붙이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