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식시장에서 '삼성캐피탈' 주식과 관련된 가짜 계약서가 나돌고 있다. 최근 여의도에서 주식중개업무를 하는 A씨는 G업체로부터 한미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캐피탈 주식 2백만주를 살 사람을 구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G사가 제시한 것은 한미은행과 G사의 주식매도 계약서. 즉 한미은행이 삼성캐피탈 주식 2백만주를 G사에 매각하겠다는 하영구 행장의 직인이 찍혀 있는 계약서였다. 내년 초 상장 소문도 있고 회사 내용이 좋아 K씨가 실매수자를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미은행은 "전혀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경표 한미은행 부행장은 "삼성캐피탈 주식을 지금 매각할 이유가 없다"며 "매각하더라도 대주주인 삼성측의 의사를 묻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가짜 계약서에 관해 담당자를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계약서 자체는 위조된 것일지라도 한미은행이 삼성캐피탈 주식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HSBC와 매각 협상을 벌였다는 설과 이달 말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통해 매각한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감독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장외 주식시장에서 이 같은 가짜 계약서를 통한 사기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짜 계약서와 향후 시세차익을 미끼로 착수금이나 계약금을 챙기고 잠적해버리면 그만이라는 것.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