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와 연금관리공단은 연금기금의 주식투자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주주권행사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다음달초 경총, 한국.민주노총, 학계 등의 관계자들을 초청해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세부적인 주주권 행사 절차와 방법에 대해 설명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기금의 내년 말 주식투자 잔액은 8조2천억원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재원(현재 1백6조원)의 15%까지 주식투자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은 주주권 행사에 따른 경영권 침해 소지 등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감안,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 투신 등도 주주권행사를 강화하는 시장 추세에 맞춰 제몫을 찾을 때가 됐다는게 기금측의 판단이다. 또 연금기금이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 거시정책수단으로 자주 동원되는 등 '관치폐단'을 간접적으로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 주주권 행사배경 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투자기업의 경영정보와 활동을 제대로 파악하고 감시하기 위한것이라는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연금기금은 이를 통해 지배주주에게 헐값에 매각한 주식을 다시 비싸게 사주거나, 부도위기에 몰린 지배주주의 회사를 비싼 값에 매입해 주거나, 지배주주에게 저가의 전환가격으로 CB(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공단 관계자는 "최대 기관투자가로서 주주권을 행사하면 건전한 기업경영 풍토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배당 요구 등으로 국민이 주인인 국민연금기금이 최대한의 수익을 내도록 하는 것도 주주권을 행사키로 한 중요한 정책배경이라고 공단측은 설명했다. 정책용역을 맡았던 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는 "연금기금이 주주권을 직접 행사하면서 경영을 제대로 못하는 기업의 주식을 팔아치우고 잘하는 기업의 주식을 많이 사면 시장에서 건전 기업이 우대받고 성장하는 풍토가 앞당겨질 것"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주주권행사는 기업발전에 장기적으론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어떻게 행사하나 복지부는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경총 등 재계를 설득하는 것이 주주권 행사의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때문에 KDI에 용역을 줘서 경영권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KDI보고서에 따르면 주주권 행사를 연금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서만 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주주권 행사의 안건별 가이드라인을 정한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했다. 가령 이사선임 건이 주총 안건으로 올라오면 이 지침에 따라 인사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주주권 행사의 구체적인 원칙도 만들었다. 주주권 행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시해서 의결권 행사 남용을 막도록 했다. 주주권 행사를 위한 전담 전문 조직을 연금공단에 만들고 주주권 행사를 할 때 반드시 외부의 객관적인 자문을 거치도록 하는 안도 마련됐다. 아울러 기금운용위원회 직속으로 준법감시인을 둬 주주권 행사가 적합한지를 최종 감시토록 했다. 현재 21명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중 정부측 인사 6명(보건복지부 장관외 5개 관계부처 차관) 가운데 농림부 산업자원부 노동부 차관을 제외시키는 방안도 마련됐다. 국민연금 관계자가 투자 기업의 이사가 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