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오랜만에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 엿새간의 지루한 하락조정을 되갚듯 15일 종합지수는 단숨에 670선을 되찾았다. 미국 소매판매의 예상밖 호조, 무디스의 한국신용전망상향, 대형통신주의 지분스왑 등 호재가 잇따르며 매수 손길을 분주히 했다. 그러나 시장은 상승을 맘놓고 즐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향궤도를 그려온 60일 이동평균선이 670선 중반에 위치해있어 이번주 이에 대한 저항과 반락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미국의 강경대응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디플레 가능성을 둘러싼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 이들 두 정책당국의 엇갈린 진단도 시계제로의 경기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모멘텀 부재속에 단기수급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고 길게 주식을 들고 갈 메리트는 아직 찾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관망에 무게를 두면서 적절한 현금과 주식비중 안배가 필요한 시점이다. ◆ 하락변동성 주의보 = 5일, 20일, 60일 이동평균선이 수렴하고 있다. 15일 마감 현재 5일선은 658, 20일선은 662, 60일선은 677선에 놓여있다. 이동평균선은 수렴후 급격한 발산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시장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현재로선 강력한 추가상승 모멘텀이 없다는 이유로 위쪽보다는 아래쪽으로의 발산 가능성을 전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긍정적이지 않은 4/4분기 기업실적 전망, 여전한 이라크 전쟁리스크, D램가격 불안 등 기존 악재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힘들다. 정부의 강력한 개인대출 억제속에 국내 내수경기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중이다. 소비심리가 하락세를 지속해 통계청의 10월 소비자전망이 올들어 처음으로 100아래로 내려갔다. 미국의 10월 소매매출이 예상밖의 호조를 보인 것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증권은 전체적으로 볼 때 10월의 소매매출 호조세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으로 판단했다. 겨울용품을 앞당겨 구매한데서 발생한 매출증가로 연말특수를 오히려 줄일 가능성이 높고 미국기업 들의 연말 추가감원과 보너스 삭감이 예정되어 있어 소비심리 위축압박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소매매출이 뉴욕증시 랠리를 지속시킬 재료로 판단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미국시장 강세가 기술적 반등으로 보이며 추세를 돌릴만한 실질적 변수가 없다”며 “이번주초 고점을 만들 가능성이 있어 비중축소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올해 이동평균선이 지난 5월과 9월 두차례 수렴후 모두 급락한 경험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며 “지금까지의 하방경직성을 기대하기 힘들고 조정이 향후 2~3주정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시장의 자금이 다시 유출세로 반전했고 전세계 수요위축으로 국내로의 디플레 확산 여부, 개인신용문제 등이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주도주가 나오면 추가상승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쉴 수 있는 환경”이라며 “700선을 넘기가 힘들 것으로 보여 640~700 박스권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이 11월말 결산을 앞두고 보수적 대응이 예상되어 유동성 보강은 더딜 것”이라며 “지난 5월 이후 돌파에 실패한 60일선이 여전히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 이종우 전략운용실장은 “나스닥지수가 세번의 고점을 만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음주 1,410포인트를 돌파할 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국내시장도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